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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고위직 빈자리 느는데… 靑 의중만 살피는 부처

입력 | 2014-04-24 03:00:00

인사공백 장기화로 의사결정 차질




정부가 임명하거나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금융계 ‘요직’들의 인사공백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전임자의 임기가 만료된 지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후임 선정 절차를 시작하지 못한 곳이 있는가 하면 유력 후보가 거론됐던 곳도 하마평만 무성하고 인선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금융계는 임명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의 의중만 살피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 등의 변수로 인사 지연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웬만한 자리는 비워 놓는 게 관행

현재 길게는 수개월째 ‘빈자리’로 남아있는 금융계 고위직이 7, 8자리에 이른다. 주택금융공사 사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자리는 각각 올해 1, 2월 이후 공석이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정부의 입김이 센 손해보험협회장 자리도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째 비어 있다.

이들 세 곳은 최근까지 기획재정부나 금융당국 출신 관료들의 내정설이 나돌았지만 공식 발표는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이다. 코스콤 역시 우주하 전 사장이 지난해 11월 퇴임한 이후 다섯 달째 새 수장(首長)을 맞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검증작업이 더 필요하고, 임명권자의 의중도 반영해야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후속 인선 시기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 및 통화당국의 몇몇 고위직 역시 빈자리로 남아 있다.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해 11월 유재훈 전 위원이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으로 옮긴 이후 후속 인선이 미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도 이상제 전 위원의 임기가 지난달 끝났지만 후임자가 선정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역시 임승태 전 위원의 자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 금통위원 인선이 계속 지체된다면 5월 금통위는 ‘3 대 3 동수(同數)’의 가능성이 있는 6명으로 열려 기준금리 결정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금융계의 전임과 후임 기관장 인선이 매끄럽게 맞물려 돌아간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 자리가 채워진 곳도 상당 기간 공석으로 있다가 뒤늦게 인사가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책금융공사도 진영욱 전 사장이 지난해 10월 물러난 뒤 넉 달째 자리가 비어 있다가 올 2월 진웅섭 현 사장을 맞았다. 한은총재도 전임 총재 임기 막바지에 이르러 인선이 이뤄져 금융계의 혼란을 야기했다.

○ 세월호 참사로 官 입지 더 줄어들 듯

인사가 늦어지는 이유로는 청와대가 모든 인사를 직접 챙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각 부처 장관이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청와대가 직접 인재를 찾아 검증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이다.

올 초부터 관료 출신을 배제하는 기류가 강해지면서 금융계 인사가 더 지지부진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한때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집단)가 은행장을 휩쓸었던 자리에 민간이나 내부 출신 인사를 앉히면서 외부 인재 검증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의 배경으로 ‘관료 낙하산’의 폐해가 지목되면서 금융계 요직 인사도 더욱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에 자리가 나길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던 관료들의 유관기관 재취업이 최근의 여론 때문에 더 힘들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현 정부 들어 공공 부문 인사가 더딘 것은 사실”이라며 “늑장 인사가 반복되면 해당 기관들에서 사업 관련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내부 조직관리가 힘들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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