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타임스에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추신수를 모델로 한 불고기 홍보 광고가 실렸다. 이 광고는 취지가 아주 좋았음에도 현지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미국인들은 광고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유명 야구선수 추신수가 나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불고기를 드세요’라고 전하는 메시지가 뻔히 보이는데, 왜 미국인들 눈에는 그런 게 안 보이는 걸까. 이는 언어 습관과 연관된 문화 DNA에 그 답이 있다.
미국 미시간대의 리처드 니스벳 박사의 연구가 추신수 불고기 광고에 대한 반응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그는 아시아 출신과 서양 출신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숭이, 바나나, 호랑이 중 서로 연관성이 깊은 단어 두 개를 짝지어 보라’고 했다. 아시아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원숭이와 바나나를 짝지었고, 서양 학생들은 원숭이와 호랑이를 짝지었다. ‘바나나를 먹는 원숭이’라는 관계 중심적 사고를 하는 아시아권 학생들과 ‘동물’이라는 범주 분류 위주의 사고를 하는 서구권 학생들의 차이가 드러난 셈이다.
다시 광고 얘기로 돌아가 보자. 동양인인 우리의 문화 DNA로는 거의 모든 한국인이 한식을 먹기 때문에 한국인인 추신수 선수와 한국 식문화를 대표하는 불고기가 쉽게 연결이 된다. 하지만 세상과 사물을 ‘범주’별로 나눠 분류하는 서양인 눈에는 다르게 비쳤을 공산이 크다. 추신수 불고기 광고는 야구라는 운동과 불고기라는 음식, 두 개의 관련성 없는 카테고리가 뒤섞여 있어 혼란을 일으켰다.
조승연 문화전략가 scho@gurupartner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