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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오바마의 일본 국빈 방문

입력 | 2014-04-24 03:00:0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제 일본에 도착해 2박 3일의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그의 일본 방문은 세 번째지만 국빈 방문은 처음이다. 일본 국빈 방문은 일왕 부부가 거처인 고쿄(皇居)에서 영접하는 환영행사, 일왕 부부와의 궁중 회견과 만찬, 일왕 부부가 국빈의 숙소로 나와 하는 작별인사 등 4가지를 포함한다. 이게 모두 이뤄지려면 국빈이 최소 2박 3일 일본에 머물러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빈이 아니어도 좋다며 1박 체류를 원했지만 일본의 끈질긴 외교적 노력으로 2박으로 결정됐다.

▷외교적 실리에 밝은 나라일수록 강대국에는 비굴하고 약소국에는 거만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1박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일왕이 직접 나서 동일본 대지진 때의 지원에 감사한다는 등의 이유를 붙여 국빈으로 대접하고 싶다고 전해 국빈 방문이 이뤄졌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부인 미셸 여사와 동행하지 않아 충분한 호의를 베풀지는 않았다. 미셸 여사의 불참에 일본에선 “무시당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일본은 국빈 방문 비용도 철저히 따진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국빈 방문은 한 번에 약 2500만 엔(약 2억5000만 원)의 예산이 든다. 예산 문제로 국빈은 1년에 2번 정도밖에 초대할 수 없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센카쿠(尖閣) 열도가 미일수호조약의 대상이라는 점을 공동문서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벌써 ‘일본은 미국의 정치적 첩(妾)’이라는 내용의 거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은 들인 돈 이상의 대가는 얻는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방문을 마치고 25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중일 간 쟁점인 센카쿠 열도와는 달리, 한일 간 쟁점인 독도 문제는 의제에 오르지도 않는다. 미국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수정 시도에 비판적이지만 독도 문제에는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일본이 독도에 시비 거는 빌미를 제공한 데는 미국 책임도 없지 않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