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매뉴얼을 보지 않는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을 사오면 사용설명서를 읽지 않고 전기코드부터 꽂는다는 것. 대부분 이런 식의 글은 선진국과 우리를 비교하여 자존심을 확 긁어놓는다. 확실한 근거를 댈 수 있느냐는 의심이 들지만 찔리는 바도 없지 않아서 오기로라도 설명서를 읽고자 매뉴얼을 펼쳤다. 솔직히 너무 재미가 없고 장황하여 끝까지 읽지 못했다.
벌써 일주일째 우리는 참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대참사 앞에서 속속 드러나는 우리의 무원칙 무대책 무책임 등등에 화가 나고 부끄러움과 자책감으로 괴롭다. 사고 원인과 현지 상황과 앞으로의 대책 등이 반복적으로 보도되는 속에서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가슴을 찌른다.
그렇지만 이런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출발했다가 혹시 사고가 나면 눈치를 주던 뒤차 운전자는 점잖게 나무랄 것이다. “신호를 잘 지켜야지, 요즘 사람들은 교통법규를 안 지킨다니까!” 항상 결과가 더 우선시되는 사회에서는 매뉴얼을 지키기 어렵다.
우리는 왜 매뉴얼에 약한가. 매뉴얼대로 하는 것은 평소 습관이다. 그래서 비슷한 사고를 당할 때마다 반성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고쳐지지 않고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좀 제대로, 매뉴얼대로 행하는 사회로 바뀐다면 소중한 생명들의 희생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는지…참으로 아프고 안타깝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