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남겨진 사람들]지원대책 학생에게만 집중 혼자 살아난 8세 어린이 외삼촌 “뭘 해야 할지 알려주기라도…” 천안함땐 맨투맨 안내장병 붙여… 지금은 심리치료도 학생만 챙겨
세월호 탑승객 지모 씨(45·여)는 침몰 7일째인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은 서울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함께 탔던 지 씨의 큰아들(12)은 18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 씨의 남편 조모 씨(45)는 아직 실종 상태다. 일가족 4명 중 유일하게 구조된 막내아들 조모 군(8)은 엄마가 안치된 병원의 어린이병동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다.
지 씨의 시신이 옮겨진 지 하루가 지났지만 23일 병원 장례식장에는 아직 두 모자의 빈소가 마련되지 않았다. 조 군의 외삼촌 지모 씨(44)는 진도에서 실종 상태인 매형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조 군의 곁은 외할머니가 24시간 지키고 있다. 지 씨는 “앞으로 다가올 일이 첩첩산중인데 가족 친척들 모두 혼이 나간 상태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돕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뭘 해야 하는지는 일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생존자 중에는 조 군 같은 어린아이도 있다. 이번 참사에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피해 규모가 워낙 커 정부 대책은 고교생 생존자와 실종자 및 사망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대적으로 정부의 관심에서 비켜난 이들 생존자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사태를 수습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막막한 처지다. 이들은 “최소한 무엇부터 챙겨야 하는지, 어느 기관에서 어떤 지원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라도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에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희생자 가족들에게 안내 인력이 지원됐다. 당시 국방부와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는 천안함에 승선했던 장병의 가족마다 군인 1명씩을 ‘안내 장병’으로 붙였다. 이들은 자기가 맡은 가족들의 의식주를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구조 및 수색 작업 상황을 전하고 사태 수습을 도왔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는 이 같은 인력이 전혀 지원되지 않아 희생자 및 생존자 가족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일반 생존자들 중에서도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S)이 의심되는 사례가 많다. 조 군의 가족들에 따르면 조 군은 입원한 뒤 아빠 엄마가 보이지 않자 하루 종일 크게 울었다고 한다. 조용히 있는가 싶어서 가보면 옆으로 돌아누운 채 베개에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가족들은 아직 조 군에게 아빠 엄마가 실종되거나 숨졌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부모의 생사를 모르는 상태다. 혹시나 병원 휴게실에서 TV뉴스 소리라도 들릴까 조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조 군은 겉으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혼자 꾹 참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족들은 어린 조 군이 부모의 비극을 직감적으로 눈치 채고 충격을 받아 혼자 속으로 억누르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단원고는 학교 측에서 전 학년을 대상으로 일괄 심리치료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다른 생존자들은 각자 알아서 치료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청해진해운 측이 처음에 6인실에 입원시켰던 생존자는 사건 충격으로 밤에 악몽을 꾸고 잠을 못 이루거나 비명을 질러 급히 1인실로 옮겨지기도 했다.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생존자 강모 씨(41)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정부가 일반 생존자의 심리치료를 위해 지원하는 것은 거주지 인근 정신건강증진센터나 상담전화(1577-0199) 안내가 전부다.
이은택 nabi@donga.com·곽도영 / 진도=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