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예산 퍼부은 방재시스템, 정작 필요한 때 무용지물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를 두고 해경 책임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해경의 지능형 해상교통관리시스템의 경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해경이 국고를 들여 구축한 뒤 대대적으로 홍보한 시스템이 정작 필요한 순간에 작동하지 않은 무용지물로 확인된 셈이다.
지능형 해상교통관리시스템 구축은 해경이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함께 전자정부지원사업으로 추진했다. 선박위치정보, 운항정보, 기상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위험을 예측함으로써 해상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해경의 ‘2011년 전자정부지원사업 요청서’를 확인한 결과 해당 시스템은 평소 선박이 항해하는 항로 패턴을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선박이 정해진 항로를 벗어나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이면 해경본부 및 각 지방해경 상황실, 해경 경비정 등에 경고메시지를 보내도록 돼 있다. 해경은 이를 통해 선제적 해상교통사고 예측·경고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2012년 3월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시스템은 세월호 침몰을 즉각 확인하는 데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세월호가 침몰한 16일 오전 8시 49분 37초 뱃머리를 30도가량 급격하게 돌리며 항로를 이탈한 순간 경고메시지가 해경과 경비정에 전달됐어야 했다. 그러나 22일 공개된 전남소방본부 119 상황실과 목포해경의 신고녹취록에 따르면 해경은 이날 오전 8시 54분 7초 소방본부의 연락을 받기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
해양 IT업체 관계자는 “관제센터 모니터에는 관할 구역을 지나는 수십, 수백 척의 배가 조그만 점으로만 표시돼 관제사가 일일이 육안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그래서 기존 항해 패턴을 분석한 정보로 위험을 파악하려고 만든 것이 지능형 시스템의 경고 기능인데 이게 작동이 안 됐거나, 해경 측에서 이 경고를 놓친 게 아니라면 세월호에 이상이 생긴 걸 몰랐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경 측은 “담당자가 세월호 관련 업무로 바빠 정확한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답변만 내놨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