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애타는 팽목항] “살려주세요” 휴대전화로 119신고… 4분 25초 동안 급박한 상황 설명 사고 8일째 선미 부근에서 발견 신고받고 출동한 첫 구조선엔 기관장과 선원들만 올라타
남 씨는 흔들리는 배 안에서 한 손으로 난간을 쥔 채 중심을 잡으며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던졌다. 최 군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켜고 119를 눌렀다. “119상황실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오자 자신도 모르게 “살려주세요”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최 군은 “여기 배인데 배가 침몰하는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때가 오전 8시 52분. 이는 세월호가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보낸 첫 신고보다 3분 앞선 시각이다.
급한 마음에 최 군은 “타고 가는 배가요. 타고 가는 배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에서 “선생님을 바꿔 달라”고 하자 최 군은 남 씨에게 전화를 건넸다. 남 씨는 “여기 배가 침몰했어요”라고 다급하게 말하고 휴대전화를 최 군에게 돌려준 뒤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최 군은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오후 세월호 선미 부근에서 발견됐다. 최 군의 부모는 최 군의 신체 특징과 소지품을 통해 발견된 시신이 최 군임을 확인했다. DNA 검사를 이용한 신원확인 절차가 진행된 뒤 최 군의 시신은 장례식장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최 군의 어머니는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비통해했다.
어이없게도 최 군의 신고를 받고 해경이 출동시킨 구조선에 가장 먼저 탄 사람들은 배에서 도망친 기관장과 기관원 7명이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최초의 구조선에 7명의 기관부원만 탔으며 선장은 다른 배를 타고 사고 현장에서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기관장은 조타실에서 선박 밖으로 이동하고 기관부원들은 3층으로 옮겨가 최초로 세월호에 도착한 해경정에 기관장을 포함한 기관부원 7명만 올랐다. 조타실에 있던 승무원들도 이후에 도착한 해경정을 타고 승객들을 내버려 둔 채 세월호에서 빠져나왔다. 선장은 2번째 구조선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군은 생사의 기로에서 침몰 사실을 처음 세상에 알렸지만 그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선에는 최 군이 아닌 선원들이 탄 것이다.
앞서 최 군의 담임선생님인 남 씨는 갑판까지 올라갔지만 아이들을 더 구하겠다며 선내로 들어갔다가 사고 당일인 16일 숨진 채 발견됐다. 단원고 생존자인 한모 군(17)은 “선생님이 ‘침착하라’고 아이들을 다독였다. 선생님이 우리를 위에 데려다주고 남은 학생들을 위해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진도=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