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유병언 수사]
또 이날 검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 정부 사정기관들이 함께 회의를 열고 유 전 회장 일가의 은닉 재산 추적과 역외 탈세 혐의 규명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 매년 일정 비용 받고 지주사가 컨설팅?
검찰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난해 매출 중 99%가 내부 계열사(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했고, 계열사들이 매년 상납하듯 일정 금액을 홀딩스로 보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판다는 2011년 8200만 원, 2012년과 지난해엔 8400만 원씩 홀딩스로 보냈다. 문진미디어와 청해진해운의 모회사인 천해지, 아해와 세모 등도 비슷한 거래 행태를 보였다. 검찰은 이 거래들의 명목이 ‘컨설팅 비용’인 걸 확인하고 컨설팅이 실제 이뤄졌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게다가 청해진해운과 문진미디어, 아해 장부엔 홀딩스와의 거래 명세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회사들 간의 매출과 매입이 일치하지 않아 수억 원의 차이가 있는 점도 발견했다.
검찰은 컨설팅 비용이라고 보기엔 금액이 일정하고 직원이 4명인 홀딩스가 많은 계열사들을 매년 컨설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허위 거래를 통해 3년 사이 15억 원이 넘는 계열사 돈이 홀딩스로 빼돌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홀딩스의 대주주인 유 전 회장 일가는 영업이익에 대한 현금 배당을 꾸준히 받아갔다.
○ 아해, 국고보조금 가로챈 의혹
검찰은 유 전 회장의 호를 딴 ㈜아해가 연구개발(R&D) 명목으로 지난해까지 24억 원의 국고 보조금을 가로챈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도료, 안료 제조 및 판매업을 하는 아해가 계속 동일한 항목으로 개발비를 받아간 점을 볼 때 실제 연구 사항이 없는데도 정부를 속여 돈을 챙겼는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종교 활동과 기업 운영이 분리되지 않아 교회의 자금과 신도들의 사채가 사업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 씨(44)가 최대주주인 트라이곤코리아는 2011년 말 기준 281억 원을 기독교복음침례회로부터 장기 차입했다. 또 유 전 회장이 서울 서초구 염곡동의 대지를 하나둘셋영농조합 명의로 돌려놓고 차명 관리한 정황을 포착했다. 제주도의 청초밭영농조합법인, 경북 청송군의 보현산영농조합법인 등 유 전 회장 관련 농장도 수사 대상에 올려놨다.
○ 아해 프레스 프랑스, 해외로 자금 빼냈나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해외 사진전을 주관하는 프랑스 법인 ‘아해 프레스 프랑스’를 통해 국내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32억 원이 넘는 영업 적자를 낸 이 회사의 주식을 청해진해운의 관계사들이 잇달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의 최대주주인 천해지는 2012년 약 14억 원을 투자해 ‘아해 프레스 프랑스’의 지분 24.51%를 사들였다.
아해 역시 지난해 ‘아해 프레스 프랑스’의 지분 51.32%에 대해 합작투자(조인트벤처) 약정을 맺고 약 7억2000만 원을 투자해 지분 10.18%를 취득했다. 핵심 계열사들이 잇달아 본래 사업 영역과 전혀 관련이 없는 프랑스 회사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최우열 dnsp@donga.com·곽도영
전주=김광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