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유병언 수사] 檢, 실소유 입증에 수사력 집중… 자녀 4명 증여세 포탈도 추적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30여 개 계열사의 이름 대부분을 작명하는 데 관여했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이 회사의 직원들도 “세모그룹은 유 전 회장이 경영하는 회사”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은 2003년 세모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은 물론 계열사 주식을 단 1주도 실명으로 갖고 있지 않다.
본보 취재팀이 세모그룹 계열사 법인 등기부등본을 대조한 결과 유 전 회장은 지주회사 아이원아이홀딩스와 핵심 계열사에 아들 2명을 지배주주로, 최측근 7명을 이사와 감사로 내세워 지배구조를 공고히 했다. 최측근 7명은 유 전 회장과 세모그룹을 일으킨 동업자 또는 지인들이다.
고창환 세모그룹 대표는 오대양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하던 1991년 당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고 대표의 동서 이모 씨는 당시 피의자들에게 자수를 권유하면서 거액의 변호사 비용을 대기도 했다.
아이원아이홀딩스 3대 주주(6.29%)이자 다판다 2대 주주(24.4%)인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는 유 전 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알려졌다. 아이원아이홀딩스와 천해지 대표이사에 등재된 변기춘 대표는 유 전 회장과 막역한 친구의 아들이자,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의 친구다.
올해 3월 아이원아이홀딩스, 문진미디어, 다판다의 대표직을 그만 둔 김필배 전 대표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세모그룹 내에서 김 전 대표는 유 전 회장의 손발이 돼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한 ‘키 플레이어’로 알려져 있다.
핵심 측근뿐만 아니라 두 아들과 두 딸의 주식취득 경위와 증여세 포탈 여부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조각가로 알려진 장남 대균 씨는 서울 강남에서 골동품이 전시된 고급 카페와 수입 초콜릿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혁기 씨는 유 전 회장의 경영 후계자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씨의 두 딸도 ‘모래알 디자인’이라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자녀와 최측근 명의로 ‘막후 경영’을 하고 있다고 보고, 유 전 회장이 실소유주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다만 혁기 씨가 미국에 머물고 있고 세월호 참사 직후 김혜경 대표와 김필배 전 대표가 해외로 출국한 상태여서 검찰은 이 3명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