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유병언 수사] 계열사 통해 17억 이상 출자… 자본금은 1040만원에 불과 美부동산 취득 당시 신고 안해… 금융당국, 외환거래법 위반 확인
굳게 닫힌 차남 소유 35억짜리 美저택 미국 뉴욕 주 웨체스터카운티 파운드리지에 위치한 유혁기 씨의 대저택. 최소 10개 정도의 방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집은 매입 가격이 345만 달러(약 35억8213만 원)에 이른다. 초인종도 없어 사전에 약속된 사람만 출입할 수 있는 폐쇄된 구조다. 24일 기자가 저녁까지 거주자와 접촉하려고 시도했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기업정보 공개 사이트 ‘오픈코퍼레이트’에 따르면 유 전 회장 일가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회사인 ‘다판다’와 ‘문진미디어’는 2004년부터 파나마에 설립한 해외법인의 지분을 나눠 가졌다. 다판다의 최대 주주는 유 전 회장의 장남인 유대균 씨이며 문진미디어의 대표이사는 차남인 유혁기 씨다.
금감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다판다와 문진미디어는 2004년 각각 4억3000만 원씩을 투자해 ‘퍼시피아홀딩스’ 지분 절반씩(49.99%)을 보유하기 시작했다. 또 오픈코퍼레이트에 따르면 그해 2월 파나마에는 ‘파나 퍼시피아홀딩스’라는 회사가 세워졌다. 금감원 감사보고서상 회사명에 ‘파나(Pana)’란 단어가 붙은 것 외에 이름이 같다.
파나마에 설립된 이 회사와 금감원 감사보고서에 등장하는 ‘퍼시피아홀딩스’가 같은 회사라는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다. 파나마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가 집중된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꼽히는 국가다.
또 다판다와 문진미디어는 파나 퍼시피아홀딩스를 설립하면서 각각 8억6000만 원씩 출자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자본금은 1만 달러(약 1040만 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 일가가 이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또 유 전 회장이 자녀와 회사 명의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등에 구입 당시 가격 기준으로 고급 아파트와 주택 등 1388만 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을 취득한 자는 투자 대금을 보낸 지 4일 안에 은행에 관련 사실을 신고해야 하지만 유 전 회장 일가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