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단원고 순차 수업재개] 생존학생들에게 해선 안될 말과 배려 방법
등굣길 운구차에 묵념 경기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후 첫 등교를 한 24일 운구차가 지나가자 그 자리에 멈춰 서 묵념을 하고 있다. 학생들 뒤로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며 묶어둔 리본이 보인다. 안산=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 학생들의 명복을 비는 현수막과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 사이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정문을 지나 건물까지 모두들 조용히 걸었다. 교사는 현관까지 나와 학생을 맞았고 서로 안아주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아무도 예전처럼 밝게 웃지 못했다. 교사는 몇 번이고 눈물을 닦았고 학생들은 고개를 숙였다.
단원고는 24일 3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수업을 재개했다. 전날 밤늦게까지 교사와 학부모는 학교 구석구석을 쓸고 닦으며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이 학교 김학미 3학년 부장교사는 “걱정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다렸다. 분위기는 무겁고 침통했지만 학생들이 오히려 선생님들을 위로했다”고 말했다. 단원고 구성원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힘겹게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있었다.
○ 모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생각으로 배려를
전문가들은 “지금부터가 진짜 치료가 시작되는 것”이라며 “서로에 대한 배려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무심코 건넨 위로의 말이 도리어 상처가 될 수 있다. 이번 사고에서 생존한 박모 군(17)은 입원 치료 중인 고려대 안산병원 1층 로비에서 단원고 3학년 선배를 만났다. 동아리 후배 장례식장을 찾았다가 우연히 마주친 선배는 “괜찮지? 너는 그래도 살아 돌아왔잖아”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그 한마디에 박 군은 ‘살아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 대신 ‘친구는 죽었는데 나만 살았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넌 어떻게 살았어?” “어디로 빠져나왔어?” “기분이 어때?”처럼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말은 살아남은 학생들에게 ‘흉기’가 될 수 있다. 사고 당시의 고통을 떠올리게 하는 질문은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장홍석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생채기에 작은 자극도 주지 않게 감싸주듯 선후배들은 생존한 학생들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사고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빠른 회복이나 숨진 학생들을 위한 애도를 강요하는 행동도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 격려한다며 “지난 일은 잊어버려” “툭툭 털어버려”라는 등의 말도 위험하다. 심리적 상처는 회복하는 시기가 각기 다른 만큼 본인이 편안하게 말하고 싶을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언제든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 있다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 생존 학생끼리는 작은 감정이라도 공유해야
안산=서동일 dong@donga.com·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