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기자가 본 현장] 한심한 정치인
최고야 기자
문제는 이 대표가 떠난 5분 뒤에 일어났다. 울고 있는 이 대표의 사진을 찍기 위해 이 대표 측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뒤엉키는 상황이 벌어지자, 참다못한 단원고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책상을 엎고 방명록을 내던지며 고함을 질렀다. 학부모 봉사자들은 이 대표가 떠난 허공에 대고 “정치인 하나 온 것이 무슨 대수냐. 희생자들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 있느냐” “진도 체육관에는 비닐 하나 덮고 생사 모르는 자식들 기다리는 가족들 천지다”라며 울부짖었다. 또 다른 봉사자는 “정치적인 쇼일 뿐”이라며 혀를 찼다.
당시 현장에서 이 장면을 지켜 본 취재기자들이 이 대표가 조문을 다녀간 뒤 유족 관계자들이 항의하는 소란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대표 측은 이 보도에 대해 “이번 사건은 이 대표가 자리를 뜬 후 발생했고, 따라서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일”이라며 언론사에 정정보도 요청을 했다. 통진당 관계자는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유족들이 안산시 공무원들과 싸우면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들었다.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최소한 이 대표가 희생 학생들의 영정사진 앞에서 흘린 눈물이 진심이었다면, 방명록에 남긴 “죄송하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면, 이런 식으로 대처해선 안 됐다. 최소한 자리를 떠난 뒤 일어난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고 행여나 작은 실수로 유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봤어야 했다. 정치인으로서 이번 사건에 책임을 통감하기보다 발 빼기에 급급했던 그의 뒷모습은 세월호 침몰로 어린 학생들을 떠나보낸 부끄러운 어른들의 또 다른 면면이 아니었을까.
안산=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