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기자가 본 현장] 답 없는 교육부
신진우 기자
그런데 교육부가 고심 끝에 만들었다는 이 대책들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그럴 만한 게 불과 9개월 전 유사한 ‘붕어빵’ 대책들이 발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충남 태안군의 사설 해병대캠프장에서 훈련 중인 고교생 5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자 교육부는 비상조치라며 일련의 대책들을 내놓았다. 체험활동 안전 조치 강화, 수학여행 및 수련활동 운영 안내 매뉴얼 배포, 체험학습장 안전실태 점검 계획, 체험활동 보류 권고 등이다. 용어만 조금 바뀌었을 뿐 사실상 같은 대책이다.
급한 교육부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충분한 고민과 고려 없이 안전대책을 급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학여행 금지 조치는 애초부터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의 한 사립 고교 교장은 “수학여행이 문제가 된다면 보류시킬 수 있다. 하지만 책임 있는 교육당국이라면 일단 그게 어느 정도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 사고 없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등부터 검토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비난은 이어진다. ‘소 잃고 외양간까지 부수는 대책’ ‘학교 폭력 없애려면 학교까지 없애야 하나’ 하는 식이다. 매뉴얼 배포, 안전조치 강화 지시 등의 대책 역시 교육 현장에선 ‘속 빈 강정’으로 평가받는다.
해병대캠프에서 사고가 난 해당학교의 한 교사는 “교육당국이 당시 사고 이후 교육 현장부터 찾아 꼼꼼하게 살피고 신중하게 대책을 마련했으면 많은 것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체험활동 등과 관련한 비용 지원,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장소 선정, 계약 지원 등 복잡한 문제는 던져 놓고 매뉴얼 배포 등으로 때우려는 교육 당국의 안이한 자세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제발 이번 사고에서만큼은 교육당국이 땜질식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