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유병언 수사] 檢, 유씨 조만간 피의자 신분 소환
유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봤지만 주식이 없어 그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유 전 회장 측은 “2003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일절 관여하지 않고 사진작가 활동만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의 유령회사 3개를 찾아내며 실마리를 풀었다.
○ ‘개인사업자’ 유병언, 직접 돈 챙긴 정황
그러나 검찰은 방대한 계좌와 압수수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 전 회장 본인이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붉은머리오목눈이’, 장남 대균 씨의 ‘SLPLUS’, 차남 혁기 씨의 ‘키솔루션’ 등 3개의 개인 회사가 30여 개의 계열사로부터 거액을 받아온 것을 밝혀냈다. 검찰은 이들 회사가 다른 회사에 대한 컨설팅을 할 능력이 없는데도 홀딩스를 비롯해 30여 개 계열사로부터 컨설팅이나 자문료 명목으로 7, 8년간 200여억 원을 챙긴 것을 확인했다. ‘붉은머리…’ 등은 개인사업체이기 때문에 유 전 회장과 아들들이 계열사의 돈 200여억 원을 직접 챙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이같이 돈을 챙길 수 있던 것은 계열사들의 실질적 소유자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이 25일 고창환 세모 대표이사(67)를 소환 조사한 것도 유 전 회장이 개인 유령회사를 통해 전 계열사를 총괄 지휘했는지 입증하기 위해서다. 고 대표는 회사 경영 전반을 알고 있는 유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교회 실세’ 이모 씨와 비교해 ‘사업 실세’로 불린다. 검찰은 유 전 회장에게 배임의 공범 및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 세모→구모 씨→다판다 거치며 가격 부풀리기?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가까운 강남구 역삼동 790번지 인근 주민들은 이 일대를 ‘세모타운’이라고 부른다. 1980, 90년대 번창했던 세모그룹이 주변 건물과 땅을 계속 사들였기 때문이다. 17년 전 세모는 부도났지만 ‘세모타운’은 여전히 건재하다. ‘세모’라는 이름만 사라졌을 뿐 차남 혁기 씨가 대표인 문진미디어 건물과 장남 대균 씨가 최대주주인 다판다 매장이 모여 있다. 그 옆에 ‘다르네커피’가 입점해 있는 건물의 소유자도 ‘세모신용협동조합’이다.
○ 모래알 다판다 청해진…상표권으로도 횡령?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상표권을 등록해 계열사 이름 등으로 사용하면서 해당 계열사로부터 수억 원의 높은 사용료를 받아온 정황도 포착했다.
25일 인천지검과 특허청에 따르면 유 전 회장 일가는 1000여 개에 이르는 상표 디자인 소유권을 등록한 뒤 계열사 이름이나 제품명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유 전 회장은 ‘세모’ ‘아해’ 등 400여 개, 장남 대균 씨는 ‘청해진해운’ ‘다판다’ 등 600여 개, 차남 혁기 씨는 ‘헤마토센트릭’ ‘트라이곤’ ‘에그앤씨드’ ‘모래알디자인’ 등 200여 개의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우열 dnsp@donga.com·곽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