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방한] 오바마, 마음의 선물로 세월호 위로
“서울, 대단히 긴 역사 가졌다” 2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이 한국외국어대 박상미 교수의 안내로 경복궁을 둘러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울이 한 국가의 수도로 600년이란 기간을 유지한 것에 대해 “서울이 대단히 긴 역사를 가졌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위로의 징표’로 성조기와 목련을 전달하며 이런 내용의 증서도 함께 전했다. 그는 “미국에는 군인이나 참전용사가 목숨을 잃었을 때 가족이나 사랑하는 이에게 국기를 증정하는 전통이 있다”며 “그 정신을 담아 미국민을 대표해 이 국기를 드린다”고 말했다. 주한 미국대사관 페이스북은 삼각 나무상자에 담긴 이 성조기를 ‘사고일 게양됐던 조기(弔旗)’라고 설명했다.
○ 현장 방문 대신 마음 담은 선물로
한미 정상은 청와대에서 회담을 하기 직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했다. 회담장에 들어선 오바마 대통령이 “오늘 우리의 만남을 사고의 희생자, 그리고 실종자와 사망자들을 기리는 시간으로 시작했으면 한다”며 묵념을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이에 양국 참석자들은 30초간 고개를 숙여 묵념한 뒤 회담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위로와 구조 지원에 사의를 표했다.
‘애도 성조기’ 전달… 문화재 반환… 미국 정부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뜻에서 침몰 사고 당일 백악관에 게양됐던 성조기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위 사진). 이날 미국은 대한제국 국새인 황제지보(아래 사진 앞)를 포함해 대한제국과 조선 왕실의 인장 9점을 반환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명박 전 대통령이 중국 쓰촨 성, 일본 후쿠시마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한 것처럼 외국 정상이 방문국의 재난 현장을 찾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자연재해가 아닌 데다 구조 및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팽목항 방문이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폐가 될 수 있다는 최종 판단이 내려졌다고 한다. 경호의 어려움도 예상됐다.
○ 애도 분위기에 환영행사도 취소하거나 축소
25일 경복궁에서 문화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가질 예정이던 오바마 대통령은 차분한 관람으로 변경했다. 또 청와대 공식환영식에서 이뤄지는 취타대 연주와 어린이 환영단 행사는 생략됐고 이날 만찬도 음악 없이 업무 중심으로 진행됐다.
조숭호 shcho@donga.com·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