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정몽구 회장 ‘감성 제품’ 강조
올해를 위기 극복과 혁신의 시기로 설정한 삼성그룹의 올해 화두는 ‘마하경영’이다. 마하경영은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려면 엔진, 소재, 부품을 모두 바꿔야 하는 것처럼 삼성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근본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지론이다.
삼성은 지난달 사내 인트라넷에서 5회에 걸쳐 마하경영의 사례를 임직원들에게 설명했는데 네 번째 주제가 디자인경영이었다. 전략 디자인경영 분야의 권위자 중 한 명인 미국 파슨스스쿨 에린 조 교수가 삼성 임직원 10명과 함께 ‘디자인으로 생각하기(디자인 싱킹)’ 작업을 하는 내용이었다.
현대·기아자동차에도 올해 들어 정몽구 회장의 ‘디자인 메시지’가 전파됐다. 3월 유럽디자인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DNA를 계속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현대·기아차의 기술력이 국제적인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이제는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감성적 만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정 회장이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진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들이 나서서 디자인경영을 강조하는 것은 디자인을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디자인 인력과 해외 연구 기능 강화 같은 투자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최고기술책임자(CTO)이며 디자인경영센터장인 안승권 사장이 최근 열린 임직원 간담회에서 디자인경영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안 사장은 “디자인 역량을 시장 선도 제품을 출시하는 데 활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