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기자
최근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금융업에 속속 발을 들이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런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은 서비스 내용이 초보적 수준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IT 기업들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명백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페이스북은 다음 달 유럽에서 온라인 자금이체 및 전자화폐 서비스를 개시합니다. 이용자끼리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돈을 주고받거나 대금 결제를 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입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이와 비슷한 모바일 자금이체 사업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중국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아리바바’는 지난해 머니마켓펀드(MMF)를 판매해 1년 만에 650억 달러(약 67조6000억 원)를 끌어모았습니다. 중국 최대의 모바일메신저업체인 텐센트도 중국에서 제일 큰 자산운용사 차이나AMC가 운용하는 상품을 판매해 발매 40일 만에 80억 달러를 조달했습니다.
IT 기업의 최대 장점은 방대한 데이터와 네트워킹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지금은 간단한 서비스에 그쳐도 앞으로는 이들이 금융상품 운용에까지 손을 대 자산운용업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국적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펀드매니저 4명 중 1명은 ‘장기적으로 IT 기업이 자산운용업계를 쓸어버릴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IT 산업의 발달은 업종 간 경계를 급격히 허물어 이렇게 언제 어떤 형태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할지 예측할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원칙은 ‘기본의 중요성’입니다. 금융을 이용하는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만이 IT의 도전을 받은 금융투자업계가 살아남을 유일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정지영·경제부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