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정홍원 총리 사의] 가족들 반응
총리회견 지켜보는 피해가족들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 11일 만인 27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정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실종자 가족들의 반응은 “당연하다”는 지적과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엇갈렸다. 진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이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대형 스크린에 정 총리가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 국무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히는 회견 장면이 나왔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실종자 가족은 “그동안 실종자를 구하는 시늉만 한 것 아니냐. 총리도 실종자를 구하기는 해야겠는데 방법을 못 찾다가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관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실종된 딸을 찾지 못한 안산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는 “다음엔 또 누가 그만둘까”라며 냉소하기도 했다.
정 총리의 기자회견 직후 가족들은 하나둘 체육관 정문에 모여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퇴는 무책임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한 실종자 부모는 “비가 오니까 총리가 ‘정신 줄’을 놓은 것 아니냐. 전쟁 중에 장군이 도망가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총리가 계속 중심을 잡아야 조직이 잘 돌아가는 것인데 그가 그만두면 아랫사람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려고만 하고 수색은 주먹구구식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실종자 가족 역시 “총리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안 보이는 곳에서 잘 조율하고 지원하는 줄 알았는데 결국 사퇴 시점만 조율한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안산시 분향소 등에서 만난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은 “실종자 수색과 인양이 먼저”라며 정 총리의 사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단원고 2학년 희생자 임모 군의 아버지는 “아직 배에 가라앉아 있는 애들을 꺼내지도 못했는데, 아무리 무능력하다고 해도 상황을 먼저 해결한 다음에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단원고 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는 “아직도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이들이 100명이 넘는다. 이들을 어떻게 하면 빨리 찾을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책임자만 추궁하면 뭐가 달라지나. 이 때문에 시신 수습만 늦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안산 올림픽기념관 분향소에 조문을 온 한 40대 남성은 “총리 한 명이 사퇴한다고 이 사태가 수습되겠나. 관련 장관과 책임자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원고 주변의 한 상인도 “이번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건 당연하다. 나머지 무능력한 책임자들도 사태를 수습한 뒤 모두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진도=박성진 psjin@donga.com·백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