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뚝뚝… 발길 - 소비도 뚝뚝…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의 여파로 유통업계 등 경제 분야도 침체에 빠졌다. 주말인 26일 식당과 술집이 몰려있는 서울 종로구 일대 거리는 손님이 줄어 한적한 분위기였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관광버스 2대를 운영하며 직접 운전도 하는 이정란(57·여) 최선진 씨(60) 부부는 요즘 일손을 놨다. 수학여행, 야유회 예약 수십 건이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 4, 5월이 연중 가장 일감이 많은 성수기이지만 관광객들이 “요즘 분위기에 놀러가는 게 괜히 죄스럽다”며 예약을 취소했다. 이 씨는 “22일 마지막으로 강원 원주로 여행객을 태우고 다녀왔는데 빈 좌석이 눈에 띄었다”며 “그나마 온 사람들도 ‘예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왔다’며 종일 세월호 사고와 아이들이 안됐다는 얘기로 분위기가 숙연했다”고 전했다. 이 씨 부부는 “뒤늦게라도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고 싶어 당분간 관광 영업을 자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지 열흘이 넘게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슬픔에 젖어있다. 적지 않은 시민들은 ‘쇼핑하고 놀러다니는 것이 미안하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조차 마음이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봄을 맞아 이맘때면 사람들로 북적이던 관광지나 호텔, 유흥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관광지도 한산한 모습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아쿠아리움은 16일 사고 이후 27일까지 2만5000명이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정운 씨(43)는 “아들 또래 아이들이 차가운 바닷속에 갇혀있는데 아쿠아리움을 구경하는 게 미안해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골프장 역시 사고 후 500여 팀이 예약을 취소했고, 리조트 체인 역시 2만 실 이상 갑작스레 취소됐다. 경기 용인의 골프장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61)는 “단골들이 ‘요즘 같은 때에 골프 치다 괜히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무엇보다 골프 칠 마음이 통 들지 않는다’며 예약 취소 전화를 걸어온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가족 모임까지 취소하며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어 관련 업계도 침체된 분위기다. 인터컨티넨탈호텔 관계자는 “레스토랑 쪽은 작은 가족 모임까지도 취소되는 경우가 많고 연회도 비즈니스 연회 정도만 예정대로 열리되 모임 시작 전 애도의 시간을 별도로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도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해 일부 공연과 이벤트를 자제하기로 했다. 롯데월드는 홈페이지에 애도 문구를 띄우며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는 만큼 국민적 애도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관련 대책을 철저히 세우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되 서서히 일상을 찾아가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ba***’는 “한 번 울고 말 일이 아니기에 마음으로 애도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글을 올렸다. ‘you***’는 “일상으로 돌아가되 그들을 기억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사회를 바꿔 가자”고 했다.
장선희 sun10@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