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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대중음악이 ‘흥청대는 풍악’인가

입력 | 2014-04-28 03:00:00

2014년 4월 27일 일요일 비.
킵 라우드 앤드 캐리 온. #106 Soundgarden
‘The Day I Tried to Live’(1994년)




미국 4인조 록 밴드 사운드가든.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26, 27일과 5월 3, 4일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열리기로 했던 음악 축제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뷰민라)가 개막 전날인 25일 오후 취소됐다. 대관사인 고양문화재단의 일방적 취소 통보로 인한 것이었다.

고양문화재단 측은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한 채 어떤 형태로든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의 정상 진행에 협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최사인 마스터플랜 관계자는 “재단 쪽이 그간 우리의 논의 요청에 응하지 않다가 25일 오후 긴급회의를 제안했고, 관계자가 모두 모인 그 시간에 언론에 취소 사실을 알리는 일방적 보도자료를 냈다”고 주장했다. 뷰민라 출연진 10여 팀은 24, 25일 오후 아람누리 현장에서 리허설까지 진행한 상황이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백성운 고양시장 예비후보(새누리당)는 ‘세월호 통곡 속 풍악놀이 웬 말인가’란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온 국민이 비통에 잠긴 안타까운 상황인데도 술 마시며 강한 흥겨운 가락에 흥겨워해도 되느냐”고 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야구 경기, 영화 상영, 뮤지컬과 클래식 공연은 계속된다. 유독 대중음악을 ‘흥청대는 풍악’으로 치부하는 높은 분들의 고결한 인식에 동의하기 어렵다. 게다가 ‘풍악’의 사전적 정의는 ‘예로부터 전해 오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이다.

몇 년 전, 영화 ‘시’를 본 뒤 선배 기자에게 “영화가 너무 어렵지 않냐”고 물은 적이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 앞에 울부짖던 주인공 미자가 다음 날 낮엔 덤덤히 꽃을 보며 시를 쓰는 영화의 전개가 이상해 보여서다. “가슴 찢는 비극이 와도 시 쓰고 밥 먹고 울다 웃다 자고 일어나는 게 우리 진짜 삶이잖아. 편집 없이 보여준다면 삶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영화가 될 걸?” 선배의 답이었다. 영화 ‘한공주’에서 주인공 공주가 비극의 진창 속에서 수영 강습을 받는 일 역시, 생각해보면 그리 영화적이지만은 않다.

연대와 집단적 투쟁 못잖게, 나를 둘러싼, 가끔 내게서 나오기도 하는 모든 불의와 무기력, 무책임에 맞서 일상의 투쟁을 이어감으로써 한결같이 비극의 하류로 흘러가는 삶과 사회의 검은 물살을 바꾸고 싶다. 밥을 먹고 똥을 싸면서, 시를 쓰고 풍악을 울리면서 나아가고 싶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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