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암 정복, 이제는 예방이다]<中>유방암-갑상샘암
전문가들은 전이가 쉬운 여성암인 유방암, 갑상샘(선)암은 조기에 진단할수록 좋다고 말한다.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장이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수술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화여대 의료원 제공
지난해 5월 할리우드 톱스타 앤젤리나 졸리(39)의 유방절제술은 사회적 관심을 ‘유방암’에 집중시켰다. 더 놀라운 건 졸리가 암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유방조직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사실. 여성성의 상징인 유방을 제거한 졸리를 두고 주변에선 “유방암이 얼마나 무섭기에 할리우드 여배우가 가슴을 없애냐”는 얘기도 나왔다. 이화여대여성암병원 의료진의 도움으로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유방암, 갑상샘(선)암의 위험성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 유방암, 만혼과 나쁜 생활습관이 원인
졸리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유방절제를 하게 된 이유는 “유전적 원인”이라고 털어놨다. 자신의 어머니와 이모가 각각 난소암과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자신 역시 여성암에 걸릴 확률이 87%에 달한다는 의사의 말에 따라 유방을 제거했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유방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할까.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장(외과)은 “인종별로 암의 유전 양상은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백 원장에 따르면 유전성 유방암 비율이 20%를 상회하는 코카시언(백인)과 달리 아시아인은 7% 미만. 백 원장은 “국내에도 예방적 유방절제술 사례가 있었다”면서도 “개개인이 놓인 상황과 위험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수술을 일률적으로 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유방암 발병률은 꾸준히 늘고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는 1999년 인구 10만 명당 24.5명에서 2011년에는 50명으로 2배나 늘었다. 특히 2011년 기준으로 40대 비율이 35.3%로 가장 높다.
전문가들은 40대의 유방암에 대해 늦은 결혼과 낮은 출산율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과잉 노출되면서 생긴다. 문병인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센터장(외과)은 “임신과 수유 시 분비되는 다른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에스트로겐으로 인한 유방상피세포의 손상을 막는다”며 “낮은 출산율로 에스트로겐을 접하는 빈도가 높아지다 보니 유방암 환자도 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유지되는 수유 기간이 짧아진 것 역시 문제점이라고 문 센터장은 지적했다.
○ 갑상샘암, 검진 늦을수록 생존율 떨어져
2011년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갑상샘암은 1999∼2011년 23.7%가 늘었다. 암 가운데 10여 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가장 높다. 2007년엔 위암을 몰아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이 됐다.
최근 의료계 일각에서는 갑상샘암 증가 추세에 대해 지나친 건강검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갑상샘암 환자를 직접 수술하는 의사의 생각은 다르다. 문 센터장은 “현재 갑상샘암 환자 5년 생존율이 100% 가까이에 이르는 건 조기검진으로 암을 미리 잡아내기 때문”이라며 “갑상샘암이 악화된 3, 4기로 넘어가면 환자 생존율이 37%까지 낮아진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분비기관인 갑상샘의 특성상 암 크기가 1cm 미만인 미세 갑상샘암이 뼈, 폐 등 주변 장기로 쉽게 전이되는 것도 문제다.
백 원장은 “갑상샘암의 원인은 과도한 방사선과 전자파 노출”이라며 “일본 후쿠시마 지역처럼 방사선량이 많은 지역의 여행을 피하고, 전자기기를 몸에 지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