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대의 한국 디자이너들 BMW그룹 강원규씨, 폴크스바겐그룹 이상엽씨
2001년 현대자동차에 몸담았다가 2005년 BMW에 합류한 강원규 씨는 지난해 출시한 4시리즈의 외관 디자인을 총괄했다. 동아일보DB
영화에서 범블비란 이름으로 등장한 이 자동차의 원래 모델명은 제너럴모터스(GM)의 ‘카마로’다. 직선 위주의 육중한 디자인으로 가장 미국적인 자동차 중 하나로 꼽히는 카마로를 디자인한 이상엽 씨(45)는 GM에서 11년간 디자이너로 일했다. 2010년 폴크스바겐그룹으로 이직한 뒤 현재는 그룹 산하의 세계적인 고급차 브랜드 ‘벤틀리’의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다. 그는 영국의 디자인연구소에서 16명의 디자이너를 포함한 50여 명의 팀원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에 출시된 BMW 4시리즈의 외관 디자인은 2005년 독일 BMW그룹 디자인스튜디오에 합류한 디자이너 강원규 씨(39)의 작품이다. 국내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강 씨는 2001년 현대자동차에 잠시 몸담았다가 이듬해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에 있는 ‘아트센터디자인대학’에서 공부했다. 그는 이 학교 졸업작품이 당시 BMW그룹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에서 근무하던 크리스토퍼 채프먼 씨의 눈에 띄어 한국인 최초로 BMW 디자이너가 됐다.
이탈리아 피아트 디자이너인 송명주 씨는 ‘500L’(친퀘첸토 5-도어 롱 모델)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총괄했다. 미국 포드그룹의 강수영 씨는 링컨 브랜드의 인테리어 총괄 디자이너를 맡고 있다. 이외에도 벤츠, 푸조, 닛산 등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이 근무하고 있다. 어지간한 자동차회사에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있는 셈이다.
벤틀리의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는 이상엽 씨는 제너럴모터스(GM) 근무 당시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했던 자동차 카마로를 디자인했다. 벤틀리 제공
디자이너 최민규 씨는 2010년 디자인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영국 디자인뮤지엄의 ‘올해의 디자인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60년 넘게 같은 모습을 고수했던 영국의 발 세 개짜리 전기 플러그를 접을 수 있게 한 ‘폴딩 플러그’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세계 유명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도 한국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핀란드 헬싱키현대미술관에는 송희원 씨의 작품 ‘레드드레스’가 영구적으로 전시되고 있다. 핀란드에서 ‘아무 송’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 씨의 레드드레스는 지름 20m에 달하는 겹겹이 쌓은 거대한 붉은색 드레스로 관객들이 직접 드레스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는 작품이다. 2011년 세계적 디자인 축제인 런던디자인페스티벌에서 핀란드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자격으로 레드드레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미국 애틀랜타의 코카콜라뮤지엄에는 디자이너 박진우 씨의 작품이, 뉴욕 모스갤러리에는 디자이너 이주희 씨의 작품이 걸려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오승희 정보홍보기획팀장은 “한국 디자이너들은 손재주가 뛰어나고 꼼꼼한 편”이라며 “디자인을 전공한 한국 학생들의 창의력이나 아이디어도 선진국 학생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독창적이어서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