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추모 분위기에 몸조심

오비맥주는 3월 말부터 2주 정도 틀다 이번 사고와 함께 방영을 중단한 ‘카스’ TV 광고를 완전 폐기하기로 했다. 나중에라도 다시 내보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슬라이딩’이란 제목의 이 광고는 배우 지창욱이 잔을 기울여 맥주를 들이켤 때 세상도 함께 기울어지는 특수효과를 동원했다.
하지만 배가 기울며 침몰한 세월호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바로 방영을 중단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번 TV 광고는 5월 말까지는 쓰려는 계획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침몰 사고와 겹쳐 도저히 쓸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두 달 가까이 진행한 ‘맥주 대통령’ 캠페인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 캠페인은 배우 하정우와 가수 지드래곤이 각각 이 회사 제품 ‘맥스’와 ‘드라이d’를 홍보하며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선호 제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는 행사였다. 원래 28일 투표 마감 뒤 참가자에게 사은품을 보내고 이긴 맥주에 대한 할인 행사 등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일단 이벤트를 중단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대로 조용히 끝내야 할지, 나중에라도 계획했던 행사를 하고 마무리 지어야 할지 판단이 안 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 전 내놓은 ‘뉴 하이트’ 홍보 차질도 걱정이다. 기존 제품에서 맛과 디자인 등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배우 현빈을 모델로 광고를 제작했지만 광고를 중단했다.
맥주 시장에 처음 진출한 롯데주류는 새 브랜드를 홍보하지 못하고 있어 조바심이 난다. 롯데주류는 22일 야심 차게 준비한 신제품 ‘클라우드’를 조용히 내놨다. 제품 마케팅은 모두 취소했다. 배우 전지현을 내세운 광고도 방영 시기를 아직 잡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출시 초기 마케팅을 집중해 인지도를 높이려 했지만 추모 분위기에 맞춰 모든 계획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각 주류업체는 홍보 재개를 놓고 속을 태우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6월 월드컵과 9월 인천 아시아경기 ‘특수’를 노려 앞다퉈 신제품을 내놓고 다양한 홍보 수단을 마련한 상태라 마냥 미룰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