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궈훙 中대사, 국내 언론사 간담회 “식량 등 경제-정치상황 갈수록 안정”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28일 서울 중구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동아일보 등 13개 언론사 간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 대사, 천하이 부대사, 바오쉬후이 정무과장, 선빈 서기관.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중국 정부는 김정은 정권이 장기 유지될 것으로 보고 북한을 대하고 있다."
추궈훙(邱國洪·57) 주한 중국대사는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 등 주요 일간지 및 방송사 언론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김정은 정권은 북한의 국내 정치 상황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정부의 고위 관료가 김정은 정권의 장기화 여부에 대해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추 대사는 "북한이 최근 중국이 개혁 개방할 당시 농업 분야에 처음 적용한 승포제(承包制)와 비슷한 '가족 단위 경작제'를 시범 실시해 농업생산량이 크게 느는 등 큰 효과를 봤다"며 "북한은 최근 식량상황 등 경제가 개선되고 정치 상황 역시 안정돼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초기 한국의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김정은 정권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 분석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가족 단위 경작제'를 전면 실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계획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 대사는 또 한미동맹과 관련 "한미 양국이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안보 협력에 중국은 아무런 이의가 없다"며 "다만 한미 동맹은 한반도의 안정에 유리해야 하고 제3국을 겨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움직임에 대해 그는 "중국 정부는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중국은 북한의 동선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그런 정보를 들어본 적이 전혀 없다"며 "중국과 북한은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6자회담과 관련해 "6자회담을 일각에서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데 이는 언론과 학자들의 주장이지 6자회담의 당사국 정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며 "6자회담은 (여전히 진행 중인 회담이지) 실패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고 관련 당사국이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 도미노' 발언과 관련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할 경우 한반도 주변에서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우려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 완전히 일치한다"며 "한중 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악화된 중일 관계는 전적으로 일본 측에 책임이 있다"며 "일본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하며 실제 행동을 취할 때 중일 관계는 정상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 경향 때문에 역사 문제 등에서 어쩔 수 없이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철학에 따라 선도적으로 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 집권기간 중일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하이(上海)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한 추 대사는 일본에서 3차례에 걸쳐 15년간 근무하는 등 유명한 '일본통'으로 올해 2월 주한 대사로 부임했다.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 할 줄 안다. 컨시드(Concede)가 없는 일본에서는 평균 타수 110대지만 한국식으로 계산하면 90대 후반의 골퍼다. 부인 리샨(李珊·56) 씨 사이에 아들 추겅(邱耕·29) 씨를 두고 있다. 다음달 한국에 올 리 씨는 중학교 수학 교사를 하다 최근 퇴직했다. 아들은 중국의 유명 정보기술(IT) 업체인 화웨이(華爲)에서 근무 중이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