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안전 대한민국’ 이렇게 만들자] <2>‘재난 컨트롤타워’가 없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현재 재난 컨트롤타워의 문제점을 이렇게 진단하면서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도 강력한 재난 컨트롤타워 체제를 갖추되, 현장에 권한을 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통계 집합소’로 전락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그러나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때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외에 해양수산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수습본부와 범부처 사고대책본부가 각각 꾸려졌다. 중앙의 컨트롤타워만 3개다 보니 현장의 해양경찰청은 세 곳에 보고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2012년 발생한 경북 구미의 불산 누출 사고 때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환경부가 주관한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역할이 중복돼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지만 개선된 게 전혀 없었다.
안행부가 주축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세월호 침몰 사고 때 ‘통계 집합소’로 전락했다. 항공 안전을 담당하는 국토해양부, 해양 안전을 담당하는 해수부, 군 인력을 동원받아야 할 국방부를 동급 부서가 통솔하기란 쉽지 않았다.
○ “대통령경호실 같은 강력한 컨트롤타워 필요”
전문가들은 대통령경호실과 같은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통령경호실이 대통령 경호와 관련해 군, 경찰을 비롯한 모든 유관 부서를 지휘하는 것처럼 대통령 직속 등으로 재난 관련 독립된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국가 상황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를 청와대에 둘 경우 오히려 재난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2001년 9·11테러 이후 위기관리 관련 기관을 통합해 국토안보부를 창설했지만 위기의 범위가 광범위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때 전문성에서 허점을 드러냈다는 것이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청와대는 소방방재청과 안행부 내 ‘안전’ 기능을 합친 별도 조직을 만들어 재난과 관련해 각 부처를 총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대 이현우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신설 기구가 행정관료 중심으로 구성되면 제 역할을 못할 것”이라며 “민간 재난 전문가들이 주요 보직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 지자체장 중심으로 현장서 초기 대응
프랑스는 재난이 발생하면 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초기 대응을 담당한다. 단체장이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내무부 중심의 중앙위기관리센터(COGIC)가 지원에 나선다. 독일도 지방의 주 정부가 1차적 책임을 진다.
한국재난안전기술원은 지난해 12월 안행부에 제출한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기능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세대 조원철 교수(토목환경공학과)도 “해양경찰청과 같은 현장인력과 자치단체가 야전사령부를 맡고, 중앙의 컨트롤타워는 현장에서 요청하는 사안을 토대로 각 부처로 하여금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