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한국선급, 안전점검 때 “정상”
제 기능도 못하고 세월호와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던 구명벌(텐트 모양으로 펴지는 구명보트)이 뒤늦게 떠올랐다. 28일 오전 3시경 사고 현장에 있던 구조팀은 빨간색 구명벌을 발견했다. 3시간 반 동안 총 5개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구명벌은 모두 펼쳐진 상태였다. 침몰 사고 12일 만이다.
사고 당시 구명벌은 목포해경 소속 이형래 경사가 내린 2개 중 1개만이 펼쳐졌다. 이 경사는 쇠줄에 묶인 구명벌을 힘겹게 떼어 냈다. 안전핀이 이미 녹이 슬어 잘 뽑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로 차고 던진 끝에 간신히 선체에서 떼어내 바다로 떨어뜨렸다.
구명벌은 배가 침몰하면 수압에 의해 자동으로 팽창하게 돼 있다. 상자의 잠금장치를 풀면 수동으로도 펼 수 있다. 구조팀은 구명벌의 수압분리계가 뒤늦게 작동해 자동으로 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구명벌은 물속으로 3∼5m만 내려가도 터지도록 돼 있다. 사고 12일 만에 떠오른 것은 이 구명벌이 불량품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세월호에 달려 있던 46개의 구명벌은 세월호가 일본에서 처음 취항한 1994년에 제작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선박 검사기관인 한국선급은 올해 2월 안전점검에서 세월호의 구명벌에 대해 ‘정상’ 판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