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은행에 맡기고 받는 이자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물가가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예금을 해놓고 가만히 앉아 돈을 까먹는 ‘마이너스 실질금리’ 시대가 온 것이다. 문제는 금리가 낮아도 시중자금이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금융시장 주변만 빙빙 맴도는 ‘인공위성 자금’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 예금이자 사상 최저 수준
금리가 2.6%라는 것은 1억 원을 맡겼을 때 연간이자가 세금을 빼고 약 220만 원(실제금리 2.2%)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2.9%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이다.
금리가 3%대를 넘는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상품은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한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연 3% 이상의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은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2년 전인 2012년 3월엔 연 3% 이상의 정기예금이 93.3%였다. 각 은행의 대표상품 금리도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바보의 나눔 적금’(1년 만기)은 기본금리가 1년 전 3.1%였지만 지금은 2.6%로 떨어졌다. 우리은행의 ‘우리토마스정기예금’ 금리 역시 지난해 3월 3.0%에서 현재 2.5%로 하락했다.
○ 부동(浮動) 자금만 늘어
금리가 계속 낮아지면서 예·적금에서 발을 빼는 고객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은행 정기예금은 559조 원으로 1년 전보다 2.9% 줄었다. 은행에서 돈을 빼내 여윳돈을 현금으로 갖고 있거나 만기가 짧은 단기 금융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이도 적지 않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론적으로는 금리가 낮으면 저축보다 소비가 늘어야 하지만 지금은 가계 빚이 워낙 많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 저금리가 좀처럼 내수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