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트라우마 치료센터 ‘새삶’ 만든 이혜경씨
탈북자들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단체가 처음 설립됐다. 23일 ‘새삶’을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이혜경(49·여·사진) 씨도 탈북자다. 이 단체의 발기인으로 최금숙 여성정책연구원장 등 전문가와 탈북자 동료 10명이 참여했다.
단체 설립을 결심한 데에는 2002년 한국에 온 그가 북에 남겨진 딸을 데리러 재입북했다가 겪었던 6개월간의 수용소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이 씨는 “탈북과정에서 겪은 끔찍한 경험, 북한에 남겨진 가족이 나 때문에 죽는데도 나는 한국에서 호의호식한다는 죄의식이 탈북자들을 옥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탈북자들이 학업을 중도포기하고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는 것도 트라우마 영향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새삶’은 앞으로 의료기관과 연계해 탈북자의 심리·육체 치료를 하는 한편 한국 역사와 문화 등 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또 합창단 활동 등을 통해 재활과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
이 씨는 “한국에 잘 정착한 탈북자가 자꾸 나와야 하고 그런 소식이 계속 북한에 알려져야 한다. 그래야 북한 주민도 희망을 갖지 않겠느냐”며 “‘새삶’ 활동을 통해 내가 학비 걱정 없이 박사까지 할 수 있게 해준 한국사회에 보답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2년 통일부 국정감사에 따르면 탈북자 정착시설인 하나원에서 지난 10년간 정신과 진료는 내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4만9627건을 차지했다. 전체 진료의 22%에 달한다. 또 국내 정착 탈북자의 0.09%가 자살로 생을 마감해 그 비율이 전체 국민 자살률(0.03%)의 3배에 달한다. 그만큼 ‘마음이 아픈’ 탈북자가 많다. 한국에 적응하지 못해 북한으로 되돌아가는 재입북자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 씨는 “그런데도 정부 정책이 ‘진학률’과 ‘취업률’이라는 수치를 ‘잘된 정착’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어 탈북자의 현실을 제대로 다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