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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을 빕니다]직언 서슴지 않은 ‘보스형 장관’

입력 | 2014-05-01 03:00:00

홍순영 前외교·통일




외교통상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고 대표적 중국전문가로 주중대사까지 지낸 홍순영 전 장관(사진)이 30일 별세했다. 향년 77세.

고인은 직언을 서슴지 않는 성품에다 보스 기질이 있어 따르는 후배가 많았다. 2001년 11월 6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북한에 쓴소리를 하고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가 두 달 뒤 통일부 장관에서 경질된 이야기는 유명하다. 북한이 9·11테러와 관련해 비상경계태세를 취한 남측을 비난하고 ‘모든 것을 남측이 양보하라’고 요구한 것에 정면 대응했던 것이다. 고인은 한 인터뷰에서 “당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지만 회담을 하러 간 사람이 판을 깨고 와 미안했다”고 회상했다. 고인과 김령성 북측 수석대표가 정전된 회담장(금강산호텔)에서 촛불을 켜놓고 환담한 것은 남북관계사의 인상적 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인 1999년 당시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을 한국으로 초청해 같이 목욕하며 한반도 현안을 논의하는 파격적인 ‘온천외교’를 선보였다. 그해 말 중국이 탈북자 7명을 강제 북송한 것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이듬해(2000년) 1월 물러났으나 같은 해 8월 주중대사로 재기용됐고 2001년 9월에는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고인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고교(충주고) 7년 선배로, 막역한 사이다.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61년 13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외무부 아프리카국장을 거쳐 1983년 대통령정무1비서관으로 근무하던 당시 발생한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 때 북한의 공작 가능성을 제기해 초기 수습 방향을 제시했다. 1989년 제2차관보 시절에는 불가리아와 폴란드 등 동유럽권 국가들과의 수교에 기여했다. 이후 말레이시아, 러시아, 독일 대사를 역임했다.

고인은 공직을 떠난 뒤에도 명지대 석좌교수, 한국외교협회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장례는 외교부장(葬)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장동련 여사와 아들 준표(서울아산병원 의사), 지표 씨(외교관·현 청와대 행정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02-3010-2631). 발인은 3일 오전 7시, 장지는 충북 제천시 선영하.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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