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호·정치부
4월 29일 오후 국회 본관 3층 국회운영위 회의실. 운영위원장인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이같이 묻자 의원들은 일제히 “네”라고 답했다. 최 원내대표는 지체 없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라고 말한 뒤 의사봉을 ‘탕탕탕’ 두드렸다.
하루가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 장면이 아니다.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에 관한 규칙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는 데 여야는 모처럼 의기투합했다.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여야가 따로 없었다.
운영위는 이날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 대해 “영리가 아닌, 학술·종교·자선·기예·문화·체육·장학·안전·복지 기타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한 공익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의 비상근·무보수직”이라고 유권 해석했다.
쉽게 말하면 겸직 금지 예외를 대폭 늘려 일반 단체 등에서 정기적으로 출퇴근하지 않고 돈만 받지 않으면 얼마든지 겸직을 허용한 것이다.
이는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이외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회법의 기본 취지와도 배치된다.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국회법을 개정해 놓고 예외 규정을 교묘하게 활용해 ‘셀프 면죄부’를 준 셈. 후안무치다.
특히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인 최경환 원내대표와 한국e스포츠협회장을 맡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해 당사자로 볼 수 있다. 여야 원내대표직을 이용해 임기 10일을 남겨둔 시점에서 이심전심 짬짜미 담합을 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허울은 겸직금지법이라고 해놓고 결국 일부 의원들의 겸직을 합법화시킨 꼴이다. 현재 외부인사로 구성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17일까지 의원 겸직 대상 여부에 대해 심사를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여야가 만든 ‘가이드라인’에 제대로 된 심사 결과를 내놓을지 의문이다.
4월 29일 통과된 규칙안은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곧바로 시행된다. 세월호 참사 속에서도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된 여야 지도부의 모습이 씁쓸하다.
정치부 고성호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