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위기의 정치] 朴대통령 ‘적폐 척결’ 성공하려면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취임한 1981년 “정부가 우리의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정부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당시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며 한 말이지만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처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료사회를 정조준하고 있다. 정부 자체가 신뢰를 잃으면서 개혁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관료사회 전체를 적으로 돌릴 수도 없다. 당장 참사 수습을 비롯해 각종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실행하려면 관료들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관료사회의 적폐(積弊·오랫동안 쌓인 폐단)를 도려내는 동시에 이들의 자발적 개혁 의지를 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국가안전처를 ‘파일럿 프로젝트’로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신설하기로 한 ‘국가안전처’를 새로운 관료사회의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명지전문대 총장)는 “새로 만들 국가안전처는 행정고시 출신이 아닌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팀을 만들고, 팀 안에서도 계급 체계를 없애는 등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안전처를 일종의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사업)’로 활용해 관료사회 전체로 혁신 분위기가 퍼져 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도 29일 “순환 보직을 제한하고 외국인 전문가 채용까지 고려하겠다”며 국가안전처를 기존 부처와 다르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사람을 바꾸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민간의 평가 체계를 도입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보상하는 등 부처의 운영 시스템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안전행정부의 발전적 해체도 필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면 정부조직을 바꿔야 한다. 당장 안전행정부의 안전 기능이 분리되면서 안행부의 실질적 해체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안행부 해체가 관료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한다. 안행부는 흔히 관료사회의 ‘갑’으로 통한다. 정부기관이 내부 조직을 개편하려면 안행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안행부 특별교부금을 따내기 위해 사활을 건다. 그런 ‘갑’ 부처를 해체하는 것만으로 관료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안행부에서 안전 기능을 뺀 나머지 인사, 조직 등의 기능을 총리실로 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무런 실권이 없는 총리에게 인사와 조직 분야의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책임총리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