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유치원에서 운영하는 ‘톱 바나나(Top Banana)’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학습 활동에 적극적인 모범 어린이를 선정해 한 주일 동안 교실 벽면을 아이의 그림, 사진 등으로 특별히 꾸며준다. 어린이들의 동기 부여엔 제격이다. 톱 바나나는 주인공이나 조직의 리더 등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와 달리 미국에 꽤 동화됐지만 모국의 정체성을 잃은 아시아계를 미국인들이 ‘바나나’라고 지칭하는 건 다분히 피부색을 염두에 둔 말이다.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얗다는 비유가 유쾌할 리 없다.
▷바나나는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도구로 자주 쓰인다. 유럽과 러시아 등에선 축구 경기 때 관중이 유색인종 선수에게 바나나를 던지거나 원숭이 소리를 흉내 내며 야유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저급한 인종차별이다. 영국에 진출한 기성용 선수도 2010년 11월 스코틀랜드에서 상대팀 일부 응원단에게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 그는 엉뚱하게도 2011년 1월 아시아컵 일본전 때 선제골을 넣은 뒤 원숭이 흉내를 내 구설수에 올랐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