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안전 대한민국’ 이렇게 만들자] 승객 목숨 담보로 하는 운송업계
2007~2013년 해양사고 8564건 전수조사
해양안전심판원이 선주와 선장에 대해 안전관리 체제 정비를 명령(2010년 6월 29일)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코비3호는 그해 10월 16일 또다시 어이없는 사고를 일으켰다. 하카타 항 방파제에서 34마일(약 62.9km) 떨어진 곳에서 수중익 방향조절 장치가 부서진 것이었다. 심판원 조사 결과 코비3호는 그해 3월 사고 후에도 파고 3m 이상인 해상을 총 21회나 운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 목숨 걸고 타야 하는 여객선
여객선 사고는 같은 기간 91건이나 발생했다. 여객선의 경우 운항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38건으로 전체의 41.8%였다. 정비 불량으로 인한 사고는 30건(33.0%)이었다.
2012년 5월 8일 우성훼리호는 울릉도 도동항에 입항하다 남쪽 방파제 끝단과 강하게 부딪쳤다. 승객 57명 중 10명이 다쳤다. 이 중 1명은 척추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당시 항구 인근은 짙은 안개로 시정이 1m도 채 되지 않았다. 안전한 장소에서 시정이 양호해질 때까지 대기했어야 할 선장이 무리한 입항을 시도하다 사고를 낸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지만 좋지 않은 기상 상황에서 운항을 강행한 청해진해운의 무리한 선박 운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운항을 포기할 경우 경영상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안전을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지상원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준공영제로 운영하는 버스회사처럼 여객선 회사들도 통폐합 등의 방법을 통해 대형화하고 안전 부문에도 국제 기준을 서둘러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철도·항공도 안전 사각지대
철도나 항공 등 한꺼번에 대규모의 승객을 운송하는 다른 교통수단도 안전점검을 소홀히 했다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12년 8월 부산 대티역 구내에서 일어난 전동차 화재 사고는 15년 넘게 차량을 운행해오면서 단 한 차례도 차량 지붕의 고압케이블 상태를 점검하지 않았던 게 원인이었다. 당시 화재로 승객 61명이 연기를 흡입하거나 부상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2011년 12월에는 서울역에서 출발한 공항철도 전동차가 계양역 부근에서 선로를 보수하던 코레일테크 소속 근로자 6명을 들이받아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조사 결과 코레일은 작업 안전감독관을 지정하지 않는 등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5월 25일 오전 승객 121명과 승무원 5명을 태운 채 김해공항을 이륙한 에어부산 B737-500 항공기는 이륙한 지 6분 만에 회항했다. 3500m 상공에서 갑자기 오른쪽 날개 엔진이 멈췄기 때문이었다. 조사 결과 해외 정비업체가 엔진 부품을 제대로 장착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