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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바다위 시한폭탄 영세 여객선, 버스처럼 통폐합 운영해야

입력 | 2014-05-01 03:00:00

[세월호 참사/‘안전 대한민국’ 이렇게 만들자]
승객 목숨 담보로 하는 운송업계




2007~2013년 해양사고 8564건 전수조사

미래고속 소속 160t급 여객선 ‘코비3호’는 2010년 3월 1일 오후 승무원 7명과 승객 205명을 태운 채 일본 하카타(博多) 항을 출항해 부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중익선(水中翼船·물속에 잠긴 날개를 돌려 발생한 양력으로 선체를 수면 위로 띄워 항해하는 선박)인 이 배에 문제가 생긴 건 부산항 조도 방파제를 10마일(약 18.5km) 앞두고서였다. 우측 수중익 장치가 파손됐던 것이다. 수중익선은 보통 파고가 3m 이상일 때는 수중익을 활용한 고속 항해를 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이를 무시한 결과였다. 200명이 넘는 승객은 선체 관리 부실과 선장의 무리한 운항 탓에 망망대해에서 극도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해양안전심판원이 선주와 선장에 대해 안전관리 체제 정비를 명령(2010년 6월 29일)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코비3호는 그해 10월 16일 또다시 어이없는 사고를 일으켰다. 하카타 항 방파제에서 34마일(약 62.9km) 떨어진 곳에서 수중익 방향조절 장치가 부서진 것이었다. 심판원 조사 결과 코비3호는 그해 3월 사고 후에도 파고 3m 이상인 해상을 총 21회나 운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 목숨 걸고 타야 하는 여객선

국내에서 발생한 해양 선박사고 10건 중 8건은 정비 불량이나 선체 관리 소홀, 운항 부주의에 따른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6년 10개월간 국내 연안에서 발생한 선박사고 8564건에 대한 해양경찰청 사고 분류 데이터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여객선 사고는 같은 기간 91건이나 발생했다. 여객선의 경우 운항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38건으로 전체의 41.8%였다. 정비 불량으로 인한 사고는 30건(33.0%)이었다.

2012년 5월 8일 우성훼리호는 울릉도 도동항에 입항하다 남쪽 방파제 끝단과 강하게 부딪쳤다. 승객 57명 중 10명이 다쳤다. 이 중 1명은 척추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당시 항구 인근은 짙은 안개로 시정이 1m도 채 되지 않았다. 안전한 장소에서 시정이 양호해질 때까지 대기했어야 할 선장이 무리한 입항을 시도하다 사고를 낸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지만 좋지 않은 기상 상황에서 운항을 강행한 청해진해운의 무리한 선박 운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운항을 포기할 경우 경영상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안전을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국내 9개 연안여객선 업체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평균 453%였다. 지난해 33억 원의 영업적자를 낸 두우해운의 부채비율은 2417%에 이르렀다. 대아고속해운과 청해진해운의 부채비율도 각각 564%, 409%였다. 항일해운이나 동양고속훼리는 지난해 겨우 3억 원씩의 매출액을 올리는 동안 26억 원과 4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렇듯 사실상 빚으로 회사를 운영하거나 당장 직원 월급조차 주기 어려운 곳이 많다 보니 안전에 대한 투자가 쉽지 않다. 코비3호의 연이은 사고처럼 무리한 운항 강행이 일상화됐다.

지상원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준공영제로 운영하는 버스회사처럼 여객선 회사들도 통폐합 등의 방법을 통해 대형화하고 안전 부문에도 국제 기준을 서둘러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철도·항공도 안전 사각지대

철도나 항공 등 한꺼번에 대규모의 승객을 운송하는 다른 교통수단도 안전점검을 소홀히 했다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12년 8월 부산 대티역 구내에서 일어난 전동차 화재 사고는 15년 넘게 차량을 운행해오면서 단 한 차례도 차량 지붕의 고압케이블 상태를 점검하지 않았던 게 원인이었다. 당시 화재로 승객 61명이 연기를 흡입하거나 부상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2011년 12월에는 서울역에서 출발한 공항철도 전동차가 계양역 부근에서 선로를 보수하던 코레일테크 소속 근로자 6명을 들이받아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조사 결과 코레일은 작업 안전감독관을 지정하지 않는 등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5월 25일 오전 승객 121명과 승무원 5명을 태운 채 김해공항을 이륙한 에어부산 B737-500 항공기는 이륙한 지 6분 만에 회항했다. 3500m 상공에서 갑자기 오른쪽 날개 엔진이 멈췄기 때문이었다. 조사 결과 해외 정비업체가 엔진 부품을 제대로 장착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항공기나 고속철도는 초정밀 부품에 대한 안전 점검이 미진할 경우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며 “정부 부처부터 지방자치단체까지 위기관리관이나 위기관리실을 별도로 두고 공공 및 민간의 핵심 기반시설과 시스템을 철저히 감독하고 있는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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