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어른들의 참회] 국민들 눈물로 쓴 추모 메시지
이들은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을까.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합동분향소로 전국의 시민이 보낸 문자메시지, 단원고와 합동분향소 주변에 시민들이 포스트잇에 적은 사연, 사이버분향소에 누리꾼들이 남긴 추모 글 등 2000여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메시지 10건 중 6건이 ‘미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어른’(17%) ‘행복’(15%) ‘하늘’(10%) 등의 단어도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많은 이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은 “못난 어른이라서 미안해”라는 사과의 한마디였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반응은 다른 사고 때와 차이를 보인다. 1994년 성수대교,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2010년 천안함 폭침 등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국민은 분노했고 사고 책임자를 꾸짖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당시 추모 카페에 ‘방화범을 처벌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지하철의 안전대책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종류의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전체가 내 아들과 딸이, 친구가 목숨을 잃은 것처럼 슬퍼하고 있다. 모두가 이 사고를 막기 위해, 또 희생자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있다. 사실상 국민 스스로가 가해자이자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시민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위해 적은 메시지에 사용된 단어들은 ‘행복’ ‘하늘’ ‘사랑’ ‘눈물’ ‘희생’ 등이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학생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앞으로 웃고 떠들고 즐거운 기억이 더 많을 아이들인데…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사이버분향소 메시지) 같은 댓글이 많았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선진국이라는 항구에 거의 다다랐다고 생각했지만 어이없는 사고로 침몰했고 이 때문에 한국 사회 전체가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우리가 꿈꿨던 한국 사회의 수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원시적인 사고가 일어났다는 자괴감이 크다”며 “‘어른’ ‘기성세대’라는 단어에 속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아이들에게 ‘내가 사회를 이만큼 성장시켰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결국은 허상에 불과했다는 무력감이 덮친 셈”이라고 분석했다.
○ 지나친 죄책감은 또 다른 사회 문제 잉태
하염없이 눈물만…영정 사진 속의 아이들은 꽃보다 더 아름답고 밝았다. 그렇기에 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마음은 더 아프고 아팠다. 30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의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리며 젊은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안산=사진공동취재단
이 때문에 심리전문가들은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의 경우 외부가 아닌 자신 안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현상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참사가 발생하도록 방치한 우리 사회를 탓하다가, 나중에는 그 구성원인 ‘나(본인)’에게까지 잘못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적은 메시지 10건 중 2건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감정을 비쳤고 사고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렸다.
이번 사고로 많은 어른들은 희생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는 세월호 피해 학생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직접적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보다 더 심한 죄책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건강하지 못한 사회로 흘러갈 위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슬픈 감정 속에서 계속 애도하다 보면 필요 이상의 죄책감을 갖게 돼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산=서동일 dong@donga.com·최고야·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