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제역할 못하는 정부] 鄭총리 주재 회의 ‘중구난방’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15일째인 30일 전남 진도군청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서 열린 총리 주재 ‘민관군 해외 전문가회의’에서 정홍원 국무총리(서 있는 사람)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진도=사진공동취재단
“(선내에) 투시가 돼서 더 쏘아지는 그런…(밝은 등을 설치하면 안 되나?).”(정홍원 총리)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그러면 잠수사 눈이 더 부십니다.”(군 관계자)
이날 회의를 주재한 정 총리는 시종일관 초점을 잡지 못했다. 정 총리는 현장 실무자가 알아서 해야 할 부분을 되풀이해 질문했다. 정 총리는 “유압절단기 같은 거 활용을 어떻게 하는지?” “(선체 내 일부 문은) 위로 올려야 하는 부분도 있다던데 그런 부분은?” 등의 질문을 했다.
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해양수산부 2명, 해양경찰청 3명, 해군 구조수색팀 5명 등 정부 책임자들과 국내 민간 전문가 10명(선체구조 4명, 수색·잠수 4명, 조사해양플랜트 1명, 해저지형 해류 1명), 해외 구난 전문가 4명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주영 해수부 장관뿐 아니라 사고 현장에서 수색팀을 직접 지휘하는 해군 중령도 진도군청에 와 회의에 참석했다. 4월 27일 사의를 표명한 정 총리는 29일 오전 10시 40분 진도군청에 도착한 뒤 진도군수실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않다가 이날 오후 2시 회의를 주재했다.
현실성이 없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열기 힘든 선체 문을 여는 방법에 관해 논의하던 중 참석자 누군가는 “(모든 선실 문을 여는) 마스터키를 구해주십쇼”라고 말했다. 뒤이어 또 다른 누군가가 “마스터키는 좋은 생각이시고”라고 답했다. 선실 문을 여는 마스터키가 있고, 실제 잠수요원들이 마스터키가 있어 선내 문을 열 수 있다면 지금까지는 왜 그 생각을 아무도 하지 못했는지 의문점이 드는 대목이다.
사고 이후 지속된 민간 잠수사 투입 논쟁도 진척 없이 계속됐다. 한 민간잠수협회 회장은 ‘다이빙벨’의 장점을 설명한 뒤 “가이드라인 설치를 늘려 민간 잠수사를 더 투입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구조팀 관계자는 “그러다 가이드라인끼리 꼬이게 되면 매우 위험하다”고 반대했다. 한 구조팀 관계자는 “묘책은 없다. 잠수해서 하나하나 건져 올리는 원시적인 방법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무조정실은 회의가 끝난 뒤 정 총리가 구조·수색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찾아내 과감히 채택하고자 회의를 개최했고, 제시된 의견들은 신속히 검토해 진행하라고 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정 총리가 실제 회의 마지막 부분에 했던 말은 이렇다.
“(회의를) 같이함으로써 평소에 궁금했던 거를 해소하는 게 있어서, 여기 참여했던 분들이 각자 위치로 돌아가시게 되면 주위 사람들한테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해를 시키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진도=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