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애타는 구조 현장] ‘구조영웅’ 어업지도원들도 고통
지난달 29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앞바다에 떠있는 전남도 어업지도선 201호선 갑판 위에서 박승기 씨(왼쪽)와 임종택 씨가 침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진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구조작업에 나섰던 4월 16일 이후 밤에 잠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아침을 맞는다. 깨어 있을 때도 목이 메거나 가슴이 체한 듯 답답하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그날의 참상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주위에서는 “인명을 구한 영웅”이라고 치켜세우지만 아픔은 점점 커져간다.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뿐만 아니라 사고 당시 인명구조에 나섰던 사람들도 정신적 고통과 PTSS(Post Traumatic Stress Syndrome·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주로 잠을 못 자거나 우울한 기분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심하면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전에 접해본 적 없는 대형 참사를 가까이에서 겪은 이들의 뇌리에서는 그날의 일들이 잊혀지지 않고 있다.
사고 뒤 임 씨는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고통을 털어놓지 못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임 씨의 아들은 “우리 아버지가 사람들을 구한 영웅”이라며 자랑스러워했지만 임 씨는 아들을 볼 때마다 그 또래였던 단원고 학생들이 떠올랐다. 임 씨는 지난달 29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앞바다에 있는 201호선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20년 넘게 일터로 삼아온 바다가 무섭고 싫어졌다”고 털어놨다. 사고 발생 2주일째였지만 인터뷰 내내 임 씨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됐고 목소리는 울음에 찼다.
당시 함께 구조에 나섰던 201호선 항해사 박승기 씨(44)도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과 세 살배기 딸을 둔 박 씨는 “핏덩이 같은 아이들을 삼켜버린 바다가 밉고, 이런 사건이 또 일어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십 명의 목숨을 구한 재난현장의 의인(義人)이지만 정부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임 씨나 박 씨 같은 이들은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아파도 드러내놓고 아플 수 없는 처지다. 생존자와 가족들에게 누가 될까봐 남몰래 병원을 찾아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 희생자뿐만 아니라 참상을 목격한 당시의 모든 사람들이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다”며 정부가 보다 광범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