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혼란 키운 엉터리 전문가] 자진 철수하며 궤변… 가족들 또 울려
팽목항으로 돌아오는 다이빙벨 1일 오전 3시 20분경 세월호 선미 쪽에 투입됐다가 실종자 수색에 실패한 다이빙벨을 실은 바지선이 이날 오후 진도 팽목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진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종인 대표
“가족들 데리고 장난친 거다.”(실종자 가족)
구조현장 투입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던 ‘다이빙벨’이 결국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1일 철수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전 국민을 상대로 벌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재난 마케팅’과 전문적인 검증도 없이 다이빙벨 투입을 주장해 온 일부 언론의 행태에 분노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대표의 다이빙벨은 이날 오전 3시 20분경 잠수사 3명을 태운 뒤 세월호 선미 쪽에 투입됐지만 약 2시간 뒤인 5시 17분경 물 밖으로 나왔다. 민간 잠수사 2명은 다이빙벨을 이용해 1시간여 가까이 선내 진입을 시도했지만 끝내 객실 내부 진입에 실패했고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해경 측은 “이 대표는 선미 부분의 복도 입구까지만 진입했다. 선내에 진입한 것은 맞지만 객실 등에는 가지 못했다. 입구에 들어선 뒤 막혀서 후퇴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오후 3시 45분경 다이빙벨로 잠수를 시도했으나 물속에 들어간 지 28분 만에 산소 공급 케이블 손상으로 수색 작업에 실패했다.
철수를 결정한 이 대표는 1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기 바빴다. 그는 “기존 (민관군 합동구조팀의) 결과보다 월등한 성과가 나오면 지금까지 일했던 사람들의 사기 저하와 혼란이 우려된다”며 “애초에 성과를 내려고 다이빙벨을 가져왔는데 어떤 이유로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의 ‘20시간 연속 잠수 가능’ 주장에 대해선 “사고 해역 수심에서는 20시간을 견딜 수 없다”며 “1시간 30분씩 조를 짜서 연속으로 한다는 의미였고 민간에서 자원 잠수사들이 많이 수배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수백 명의 실종·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태연히 “사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다이빙벨이 아무 성과 없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실종자 가족들은 이 대표와 일부 언론에 분노와 배신감을 드러냈다. 다이빙벨 구조 수색작업에 투입된 바지선에 함께 탔다가 돌아온 한 실종자 가족은 “다 거짓이다. 가족들한테 장난친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속았다. (물속에) 내려가 45분 정도 수색을 하긴 했는데 성의가 없어 보였다”고 덧붙였다.
딸이 실종된 단원고의 한 학부모는 “민관군 구조팀의 체면을 살리려 철수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은 다이빙벨을 마지막 희망으로 생각하고 밤낮없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 부모들의 마음에 못을 박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상호 기자도 인터넷 방송인 팩트TV와 고발뉴스를 통해 다이빙벨 투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이에 따라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이빙벨에 매달렸다. 실종자 가족들과 이 기자는 지난달 24일 오후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둘러싼 자리에서 다이빙벨 투입을 강력히 요구했고 현장에 있던 김 청장이 마지못해 다이빙벨 투입을 승인했다.
이종인 대표는 천안함 폭침을 북한의 소행이 아닌 ‘좌초’라 주장했고 이를 다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에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출연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진도=백연상 baek@donga.com·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