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유병언 일가 수사]
유병언 前회장 측근들 검찰 줄소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인 송국빈 다판다 대표(왼쪽 사진)와 이강세 전 아해 대표가 각각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검찰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인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00억 원이 넘는 허위 컨설팅 비용 중 절반가량을 차남이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유 전 회장의 사진 판매 금액이나 상표권 사용 수수료 등을 합치면 혁기 씨에게 돌아간 몫이 가장 크고, 유 전 회장은 자녀들보다 적게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 차남에게 더 많은 돈 몰아줘
검찰은 혁기 씨가 지난달 29일 1차 소환에 불응하자 2일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하면서 “불응할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강제 송환 절차에 착수할 뜻도 내비친 것이다. 반면 유 전 회장 측은 “차남은 이번 주 변호인이 선임되면 (국내에) 들어올 것”이라며 2차 소환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둘러 혁기 씨의 신병을 확보하려는 검찰과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려는 유 전 회장 측의 신경전은 그만큼 혁기 씨가 사건의 핵심 인물이란 얘기다.
특히 검찰은 혁기 씨가 30여 개의 계열사 돈을 빼내 유 전 회장 일가로 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유 전 회장이 지시하면 혁기 씨를 포함한 회사 고위 관계자, 즉 ‘부회장 그룹’이 계획을 짠 뒤 실무진에게 실행하게 했다는 것. 수십 개 계열사의 돈이 유 전 회장과 장차남 명의로 된 페이퍼컴퍼니 ‘붉은머리오목눈이’ ‘SLPLUS’ ‘키솔루션’,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 등을 거쳐 유 전 회장 일가로 들어간 과정은 정밀한 설계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혁기 씨가 그 해답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은 경영과 신앙의 계승자로 차남을 점찍은 뒤 교회와 회삿돈으로 상속과 후계 구도를 설계하는 등 부도덕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혁기 씨가 계속 입국하지 않을 때에는 일단 유 전 회장을 먼저 조사한 뒤 유 전 회장을 포함한 일가들을 줄줄이 구속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사위들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으며 소환이 통보된 두 사위 중 한 명은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엔 경기 안양시의 ‘온나라’와 인천의 ‘새무리’ 사무실과 계열사 대표 자택 등 10여 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소환 통보에도 귀국하지 않는 사람은 혁기 씨뿐만이 아니다. 수사 착수 전에 해외로 나간 유 전 회장의 최측근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52)와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76)도 깜깜무소식이다.
지금까지 조사를 받은 계열사 대표들은 검사가 명백한 증거를 내밀어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새벽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강세 전 ㈜아해 대표는 유 전 회장의 사진을 고가에 사들였다는 의혹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사진 8장을 1억 원에 산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해서 구매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위 컨설팅 비용 지출 혐의에 대해선 “내가 취임하기 전부터 지급돼 당연히 지급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유 전 회장의 지시 여부를 묻자 “그런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결속력과 충성도가 강한 종교단체의 특수성 때문에 진술을 받아내기 어렵고, 받아낸 진술이 유지될지도 장담할 수 없어 수사에 여러 난관이 있다”고 말했다.
최우열 dnsp@donga.com / 인천=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