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단독]청해진 이사, 선원들 수사대응 ‘코치’한 듯

입력 | 2014-05-02 03:00:00

[세월호 참사/유병언 일가 수사]
기관장 등 체포前 묵은 모텔서 ‘이사님’ 전화번호 메모 발견
해경 방치속 ‘입맞추기’ 의혹




청해진해운 해무담당 이사 안모 씨(59·체포)가 세월호 침몰 이후 전남 목포시의 한 모텔에서 합숙해오던 선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회사 임원인 안 씨가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해경 조사를 받던 선원들에게 수사 방향과 내용을 일일이 보고받고 책임을 피하려는 쪽으로 대책을 세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기관장 박기호 씨(58·구속)가 묵던 모텔 객실 쓰레기통에서 ‘이사님’이라는 이름과 안 씨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발견했다. 안 씨와 더불어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던 ‘조 부장’과 ‘문 주임’도 청해진해운 직원으로 확인됐다. 박 씨는 모텔에서 체포되는 과정에서 이 쪽지를 급하게 구겨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보인다. 객실 쓰레기통에서는 안 씨 이름이 적힌 약봉지도 발견돼 사고 이후 두 사람이 직접 만났을 가능성도 있다.

박 씨 등 선원 7명은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부터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시엔 참고인 신분이어서 운신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모텔 투숙이 가능했다. 해경은 수사 초기 선장 이준석 씨(69·구속)와 3등항해사 박한결 씨(26·여·구속)는 인근 해경 직원의 집으로 데려가 재우는 식으로 신병을 확보했지만 나머지 선원들은 참고인 신분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했다. 해경 관계자는 “인권침해 논란이 일 수 있어 참고인인 선원들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21∼23일에야 잇따라 피의자로 체포돼 신병 확보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선원들이 각각 조사를 받고 모텔로 돌아온 뒤 다음 조사에 대비해 진술을 맞추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 씨 등 청해진해운 측으로부터 ‘조언’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안 씨는 4월 30일 체포된 상태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선원 중 일부도 청해진해운 측과 빈번히 접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기장 전영준 씨(56·구속)는 구속 전 전남 목포한국병원에 입원해 있던 당시 “나는 회사와 긴밀히 연락해야 하는 사람이니 다른 선원들과 따로 있게 1인실을 달라”고 병원 측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병원에 있던 선원 5명은 한 병실에 입원해 함께 치료를 받았다.

목포=조동주 djc@donga.com·여인선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