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또 하나의 위로]
“낮엔 사람이 많아 아이들 얼굴 한 명 한 명을 살필 수 없잖아요. TV나 신문에 나오지 않은 아이가 훨씬 많은데…. 나라도 마지막 가는 얼굴 기억하고 싶어서….”(이모 씨·36·사업)
1일 새벽에도 경기 안산의 정부합동분향소에는 조문객의 발걸음이 계속됐다. 낮 시간처럼 긴 행렬을 이루진 않았지만 이날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분향소를 찾은 150여 명의 조문객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영정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애도했다.
오전 1시부터 3시 사이에 분향소를 찾은 이들은 야근을 마치고 온 직장인이 대부분이었다. 막차 운행을 끝내고 동료와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는 버스 운전사 신성기 씨(52)는 “우리 회사에 이번 사고로 아이를 잃은 동료가 넷이나 된다. 버스에 단원고 아이들이 타면 항상 까르르 웃고 떠들었는데, 그 웃음소리가 사무치게 그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인적이 드문 시간에 먼저 간 가족을 다시 보러 오는 유족들도 있었다. 이들은 영정 앞에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하염없이 울다가 돌아갔다. 사고 선박에서 탈출하지 못한 단원고 2학년 김모 군(17)의 사촌 형 박모 씨(31)는 “꿈에 동생이 나와 ‘춥다’고 했다. 잠을 잘 수가 없어 어제부터 새벽에 이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춥고 적막한 이곳 분향소의 새벽을 밝히는 이들은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다. 오전 5시가 되자 자원봉사자들이 청소기와 빗자루를 들고 분향소 내부 청소를 시작했다. 대한적십자사 봉사단은 밥차를 준비하며 아침 배식을 준비했다. 봉사자들 대부분은 3교대로 24시간 일하고 있지만 일부 봉사자는 하루 2, 3시간 쪽잠을 자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 김의중 대한적십자사 경기도협의회 총무는 “학생, 어르신, 주부 등 봉사자들이 분향소를 찾는 이들의 불편이 없도록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최고야 best@donga.com·김수연·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