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소된 폭만큼 부성애는 더 강해져 자녀둔 남성 26% 급감… 미혼男의 2배… 아이 돌보지 않는 男보다는 20% 낮아
모성애에 비해 과소평가되던 부성애가 자녀를 위해 발휘되는 남성의 특별한 ‘본성’이라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아빠가 주도하는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부성애의 가치를 재확인시켰다는 연구도 눈길을 끈다. 픽사베이 제공
세월호 참사에 애끊는 부정(父情)이 온 나라를 울리고 있다. 야근이 잦던 아버지들은 귀가 시간을 당겼고, 친근하고 진실한 부성애를 표현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그간 과학계에서는 임신과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자식에 대한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의 자식 사랑은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고 여겨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성애 역시 남자의 ‘본성’이라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동물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자손을 많이 퍼뜨리려는 번식본능 때문에 주로 일부다처제를 택한다. 수컷은 힘을 과시하고 교미의 기회를 얻는 일에 치중할 뿐 새끼에는 관심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포유류에서 아비가 새끼를 돌보는 종은 3∼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흰손긴팔원숭이 등 일부 영장류에서 수컷이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일처제를 택한다는 사실이 지난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소개됐다. 영국 런던대(UCL) 크리스토퍼 오피 교수팀은 암컷 혼자 새끼를 먹이고 보호하기 힘든 상황에서 수컷이 자신의 새끼가 다른 수컷에게 살해되는 일을 막기 위해 일부일처제를 택한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부성애를 갖게 된 이유도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특별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미 네바다대 피터 그레이 교수와 오클라호마대 커미트 앤더슨 교수는 ‘아버지의 탄생(Fatherhood)’이라는 책에서 인류가 수렵채취 생활을 하게 되면서 부성애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남편은 사냥을 하고 아내는 씨앗이나 뿌리를 모아 생계를 꾸리는 등 부부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면서 남자는 여자가 키우는 자식이 자기 자식이라는 확신이 섰고 애정도 자연스레 커졌다는 것이다.
○ 자녀를 낳으면 ‘남성’은 ‘아빠’가 된다
미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이 젊은 남성 624명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4년 반 간격으로 측정한 결과 미혼 남성은 호르몬 수치가 12%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기혼 남성은 16%가 줄었고 자녀가 있는 남성은 무려 2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녀가 있는 남성 중에서도 자녀를 오랜 시간 돌보는 아버지는 자녀를 전혀 돌보지 않는 아버지보다 호르몬 수치가 20%나 낮게 나타났다. 남성호르몬이 감소할수록 부성애가 강해진다는 뜻이다.
○ ‘아빠’ 프로그램, 부성애 가치 드높여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아버지가 등장하는 최근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부성애의 가치를 높였다는 연구도 있다. 한희정 국민대 교수는 이들 프로그램이 아버지에 대한 일그러진 신화를 깨뜨리는 데 일조했다고 ‘커뮤니케이션학 연구’ 최신호에 발표했다. 아버지가 자녀를 직접 양육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거나 자녀 양육 때문에 아버지의 사회생활이 방해 받아선 안 된다는 그간의 ‘신화’가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모성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부성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고 가부장성 뒤에 숨겨진 부성애를 끄집어내는 데 공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