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은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진드기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 진드기가 초당 자기 몸길이의 최대 322배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출처 사이언스
지난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실험생물학회에서 피처대, 하비머드대 등 미 연구진은 남부 캘리포니아 사막에 사는 포식성 진드기(Paratarsotomus macropalpis)가 초당 본인 몸길이의 최대 322배까지 이동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실과 야외를 오가며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진드기의 속도와 보폭, 가속 및 감속 능력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이 진드기는 평균적으로 초당 자기 몸의 192배에서 최대 322배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길이가 1mm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초속 32.2cm로 움직이는 셈이다.
이 방식으로 계산하면 치타의 성적은 초라해진다. 몸길이 1.5m인 치타가 시속 100km로 달린다고 할 때, 몸길이 대비 초당 속도는 18.5배에 불과하다. 100m를 9.58초에 주파하는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는 몸길이 대비 초속 5.3배 정도가 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새뮤얼 루빈 피처대 연구원은 “포식성 진드기는 피부 표면의 각질층과 근육, 인대를 적절히 활용해 움직일 때 바람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다”면서 “진드기의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하면 초고속 로봇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작은 몸집에 실제 스피드까지 갖춘 종족도 있다. 거미의 일종인 바람전갈은 초속 4.5m로 아프리카 사막을 누빈다. 거실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해도 좀처럼 잡기 힘든 이유는 사람으로 따지면 초속 94m에 맞먹는 초속 1.52m로 집 안을 휘젓고 다니기 때문이다.
전준범 동아사이언스 기자 bbe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