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우신 소비자경제부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경기도교육청은 ‘선박을 이용한 수학여행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교육부는 상반기 수학여행 전면 금지를 지시했다. 중고교 수학여행을 진행하는 여행사는 대부분 영세한 곳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 소재 여행사들은 수학여행과 각종 친목모임의 단체여행으로 먹고사는 곳이 많다. 두세 달 먹거리를 잃은 여행사 가운데 문 닫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위약금을 지원한다는 정부 방침도 하나마나한 소리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학교가 위약금을 내야 한다면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여행사들에 따르면 학교와 여행사 관계는 철저한 갑을 관계다. 여행사들은 수학여행이 끝난 뒤 학교와 맺은 계약조건을 이행했는지 따져 돈을 받는 게 관행이다.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은 없는 경우가 많다. 조항이 있어도 실제로 위약금을 요구할 여행사는 거의 없다. 여행사들이 수학여행 입찰을 따내기 위해 불법 리베이트를 건넨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빈말은 아닌 모양이다.
세월호 참사는 부도덕한 선장과 승무원에 1차 책임이 있다. 그전에 다녀서는 안 될 배가 다니도록 방조한 비리와 나태함의 합작품이다. 수백 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수학여행 모습도 그중 하나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단체여행의 위험성 때문에 여러 팀으로 나눠 여행하는 ‘테마형 수학여행’을 권장한 게 10여 년 전 일이다.
구조적 모순은 내버려둔 채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항간에 패러디가 쏟아진다. 소 잃었으니 이제 외양간 부수자. 불났으니 불 쓰지 말자. 학교폭력이 문제니 학교 가면 안 된다, 심지어 세금 제대로 안 쓰고 있으니 세금 내지 말자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는 이유는 ‘잘못한 사람 따로, 피해본 사람 따로’라는 사실 때문이다. 또 하나 ‘미안해하는 사람도 따로’다.
잘못을 책임져야 할 관료집단이 참사 희생자들에게 얼마나 미안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에게 졸지에 일거리 잃게 된 여행업계까지 좀 살펴보라는 주문은 너무 한가한 소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