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동아광장/안인해]해양안전 침몰한 나라의 해양안보

입력 | 2014-05-02 03:00:00

최근 동북아 영토분쟁은 국운 건 해양 영유권 다툼
中, 日과 센카쿠 싸고 일촉즉발… 日은 독도 야욕 더욱 노골화
우리 아이들조차 못 지키는 무기력한 해양안전 능력
해양안보는 제대로 지켜낼까




안인해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세월호 참사의 비극에 몸서리친다. 그 많은 어린 학생들이 깜깜한 물속에서 헤매는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려 온다. 선실에 그대로 있으라는 어른들 말만 믿은 착한 아이들이다. 바다에 뛰어들려고 착용하는 구명조끼를 입고도 손에 손을 잡고 떠들고 있었다.

“나 어떡해.” “기다리래.” “사랑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영토의 서해와 남해를 잇는 항로에서 대한민국의 해양안전은 ‘우리의 미래’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허망하게 침몰했다. 이런 무기력한 해양안전으로 과연 해양안보는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최근 동북아 영토분쟁은 해상의 섬을 둘러싼 해양 영유권 다툼이다. 바다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해저 자원 가치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중일 간에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일전도 불사한다는 태도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일본 국빈방문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공동성명(4월 25일)을 통해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대통령이 처음 명시적으로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은 중국과의 견고한 관계를 원한다는 말도 잊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댜오위다오가 역사적으로 고유의 영토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어 한국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동맹인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서는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 정상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엄중히 경고했다. 북한의 도발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미연합사령부는 2015년 말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재연기를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은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여 동맹관계를 확인하면서도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러시아 관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최악인 상황에서 중국이 패권적 팽창주의에 나서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미국과 러시아가 갈등을 빚을 때마다 반사이익을 챙기는 중국이 역내 분쟁을 악화시키지 못하도록 하려는 적극적인 단속의 메시지다.

독도는 울릉도 제주도와 함께 우리 고유의 영토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1905년 1월 일본은 독도를 다케시마로 명명하고 시마네 현에 편입시켰다. 광복과 더불어 패전국 일본이 물러나면서 전승 연합국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일본 검찰은 이미 독도가 한국의 실효적 지배 아래 있기 때문에 한국인의 독도 방문을 처벌할 수 없다는 법리 해석을 내렸다. 일본 정부와 국민은 독도에 대한 법적 효력을 직시해야 할 때다.

독도 영유권 문제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근거를 둔 패전국 일본의 영토반환 규정에 따른 분쟁이다. 한국이 참여할 수 없었던 논의에서 독도는 5차 회의까지 한반도에 속하는 부속도서로 반환한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6차 회의 이후 10여 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독도는 반환 도서명에서 슬그머니 빠져버렸다. 이 조약이 체결될 당시에 미국은 한반도의 장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한반도가 공산화되기 전에 전략적 군사요충지가 될 수 있는 독도를 일본에 남겨두고자 했다. 공산국가인 소련을 막아내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중국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서명하는 자리에 없었다. 대만 정부가 전승국 몫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공산화한 중국대륙을 견제하기 위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길목인 센카쿠 열도를 일본에 넘기고자 한 것이다. 일본은 이 조약에 따르면 포기한 영토에 센카쿠 열도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실효적 지배를 들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시진핑 시대를 맞아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해양안보에서 영토분쟁 지역을 쉽게 포기하거나 양보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일 간에도 독도, 위안부 문제, 교과서 왜곡 등으로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과 일본에 차려진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는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한중일 3국 간에 재난구조에 대한 상호 협약이 있어서 이번 세월호 구조에 활용할 수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희생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설령 주변국의 호혜 협력이 있다 한들 우리의 해양안전망이 우리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누가 우리의 안전을 책임져 줄 것인가. 해양안전 없는 나라의 해양안보 능력을 주변국에선 뭐라고 볼까.

보름이 넘도록 자식을 품지 못한 부모의 가슴은 타들어 가기만 한다. 미안합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안인해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ahnyinhay@hotmail.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