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잭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존 레넌, 에릭 클랩튼, 곽부성, 타미 힐피거, 니콜라스 케이지, 미하엘 슈마허.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이 남자들을 묶는 한 가지 공통된 단어는 무엇일까. 바로 슈퍼카 ‘페라리’다. 그들이 지구상 최고의 슈퍼카를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과 페라리가 만들어낸 인연은 단순하지 않다.
페라리 같은 슈퍼카는 많은 사람들에게 성공의 목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영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반인들이 페라리를 가까이서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운전할 기회를 얻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4월 햇살 따가운 어느 봄날 오후 페라리 ‘458 스파이더(SPIDER)’를 몰고 서울춘천고속도로를 달리는 행운을 얻었다.
알루미늄으로 된 스파이더의 하드톱은 일반적인 컨버터블의 하드톱보다 40kg, 소프트톱보다는 25kg가량 더 가볍다. 하지만 고속주행의 압력을 견디도록 이중 굴곡 형태로 강하게 만들어졌다. 완전히 여는데 14초가 걸린다.
스파이더의 또 다른 특징은 하드톱을 열었을 때 탑승자가 불쾌한 맞바람을 느끼지 않도록 설계됐다는데 있다. 실제로 많은 컨버터블이 시속 120~130km이상 고속영역에 들어가면 실내로 불어 닥치는 바람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458 스파이더는 공기흐름을 정확히 계산한 설계로 초고속영역에서도 톱을 열고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키를 돌려 전원을 켠 뒤 스티어링 휠에 달린 시동버튼을 누르자 포효하는 듯한 배기음이 들려왔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기분 좋은 울림이다. 이 차는 4497cc V8 GD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70마력에 최대토크 55kg.m를 발휘한다. 최고 9000rpm까지 올라가고 3500rpm이내에서 최대토크의 80% 이상을 뿜어내 초반부터 치고나가는 가속이 운전자를 압도한다. 이 엔진은 최근 수년간 각종 시상식에서 ‘올해의 엔진상’을 휩쓸기도 했다.
페라리는 ‘가장 빠른 차를 만든다’는 일관된 목표에서 벗어나, 최근엔 성능은 경주용차지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458 스파이더도 이런 모델 중 하나다.
실내는 안락하고 우아하다. 각종 버튼들의 배치는 운전자 손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고안된 F1 머신의 운전석과 같다. 스티어링 휠에는 5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레이싱 마네티노 스위치가 있다. 버튼들이 단순해 조금만 익히면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다만 대시보드에 멋을 내기 위한 붉은색 스티치가 앞 유리에 아른거려 시야를 방해했다.
주행모드를 레이스(Race)에 맞추고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가속페달에 힘을 줘 속도를 올리자 주변의 풍경들의 휙휙 뒤로 지나갔다. 속도를 내는 것과 비례해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지고 시야도 좁아졌다. 고성능 스포츠카들의 고속 안정감은 일반 승용차와 질적으로 다르다. 458 스파이더도 초고속 영역까지 속도를 높여도 일정한 수준의 안정감을 유지했다. 고속 코너링은 날카롭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핸들링은 가볍고 편안한 편이지만 자로 잰 듯 정확했다. 갑자기 트랙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기대 이상의 승차감과 브레이크 성능에 깜짝
이 차는 7단 변속기에 F1 듀얼 클러치 기어박스를 장착했다. 변속 시 클러치 두 개의 개폐가 서로 연동하면서 동시에 작동해 변속시간이 거의 0초에 가깝고 토크 간섭도 없다. 주행에서 운전자가 변속시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기어가 바뀌는 이유다.
잘 달리는 슈퍼카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잘 서는 것이다. 458 스파이더의 시속 100km에서 제동거리는 32.7m이다. 일반적인 세단이 40~45m 수준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수치다.
사진, 영상=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