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여성은 통념보다 강한 존재다. 독일 뒤셀도르프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남자는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집중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여성은 스트레스 영향을 훨씬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처럼 꿋꿋한 여성도 슬픔 앞에는 종잇장처럼 약해진다. 여성의 강인함이란, 스트레스에는 철벽 수비수인 반면 슬픔에는 한낱 ‘수용성(水溶性) 의지’에 불과한 것이다.
크나큰 상실과 마주한 여자의 슬픔에는 바닥이 없다. 울고 또 울어도 눈물이 좀체 마르지 않는다. 슬픔을 억누르는 데 익숙한 남자들로선, 바닥나지 않는 슬픔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어떻게 그토록 슬픔에 깊이 빠져들 수 있는 것인지.
반면 여성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리는 뇌 구조를 가지고 있다. 슬픔을 일깨우는 생각들이 불가항력으로, 동시다발로, 끝없이 머릿속에 가득 차는 바람에 한없이 슬퍼지는 것을, 그들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다.
눈에 띈 사소한 것 하나만으로도 해일과도 같은 무지막지한 슬픔을 맞이할 때가 있다. 즐거웠던 일, 슬펐던 일, 아쉬웠던 일. 수십 가지, 수백 가지 기억이 빠른 화면처럼 이어진다. 작은 일 하나하나가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으로 재해석된다.
이번에 소중한 이를 잃어버린 여성들의 슬픔이 바로 그럴 것이다. 물론 생때같은 아이를 보낸 아빠 심정도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기억들은 후회로 바뀌어 가슴속을 비수처럼 아프게 찔러댄다. 조금 더 잘 해줄걸. 함께여서 행복하다고 말해줄걸.
그러나 이제는 어찌할 수 없는, 그런 기회를 놓쳐버린 스스로를 탓하며 가슴을 쥐어짜는 슬픔을 토해낸다. 그러므로 그들의 울음은 감정의 표출 혹은 해소의 차원만이 아니다. 슬픔에 겨운 나머지 스스로의 진을 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걸 알기에 지금은 혼신의 힘을 다해 슬퍼하는 것이다. 함께여서 행복했던 기억에 몸서리치면서….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