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수색 장기화] “세계최고수준 외국업체에 기술자문 용역” 용역결과 2주일 뒤에나 나와… 납득 안가는 부실대응 되풀이
이은택·사회부
대책본부는 “신속한 수색과 구조를 실종자 가족들이 원했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에 기술자문을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돼 용역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1842년에 설립된 네덜란드의 ‘SMIT Singapore Pte Ltd’사로 해양 및 선박사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라는 게 대책본부의 설명이다.
선진국과 선진업체에 좋은 기술이 있다면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초고층 건물을 지을 계획이라면 건축 분야의 선진국에서, 도시정비를 할 계획이라면 계획도시가 발달한 나라에 자문하고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단, 자문이란 주로 어떤 일을 앞두고 미리 장기 계획을 세울 때 하는 법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할 때는 자문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다. 소방대원이 불타고 있는 건물의 불을 끌 때 전문가에게 자문하고 끄진 않는다.
올바른 정부라면 재난사고가 터지기 전 예방 차원에서 미리 기술자문을 해야 했다. 이날 정부 발표를 지켜본 취재진 사이에서 “지금 한가하게 자문이나 할 때인가”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부실한 외양간이 부서져 당장 눈앞에서 소들이 여기저기 달아나고 있다면 뛰어가서 소를 잡아야 한다. 이웃마을 어르신에게 가서 “소를 잡고 외양간을 튼튼히 할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물어보고 올 여유가 없다. 그 질문은 외양간이 부서지기 전에 미리 했어야 옳다.
정부의 부실한 대응 태도는 16일 세월호 침몰 당일부터 매일 도마에 올랐다. 수색 과정에서도 실종자 가족들이 먼저 “야간에는 오징어잡이 배의 등불을 이용하자”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냈다. 정부는 뒤늦게 이를 받아들였고, 이런 과정이 되풀이됐다. 진도실내체육관에는 “대책본부를 실종자 가족이 지휘한다”는 씁쓸한 농담까지 나돌았다. 사고 17일째. 진도 앞바다와 팽목항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진도=이은택·사회부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