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 야구부원들, 곧 죽어도 풀스윙… 휠체어 타고 힘들어하던 제가 배웠죠”
류미 씨는 “어른의 역할은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세대 의생활학과 자퇴, 서울대 불문과 졸업, 신문사 편집기자, 가톨릭대 의대 졸업이라는 독특한 경력을 지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남 창녕군 국립부곡병원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류미 씨(40)의 첫인상이다. 류 씨는 지난해 5월에서 12월까지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관내 청소년을 위해 만든 ‘푸르미르 야구단’의 멘털 코치로 일했다. 이후 아이들의 치유 과정을 담은 ‘곧 죽어도 풀스윙, 힘없어도 돌직구, 동대문 외인구단’을 냈다.
“지난해 2월 코치를 맡아달라는 동대문경찰서의 부탁을 받았어요. 동대문서는 문제아를 입건하지 않고 교육, 훈방해주는 프로그램을 실시하는데 실행이 쉽지 않았나 봐요. 아이들을 선도하기 위해 청소년야구단을 운영하기로 했고, 멘털 코치로 저를 찾은 겁니다.”
“야구단 면접을 봤어요. 입단 조건은 선도가 필요한 청소년, 사회적 배려가 절실한 탈북 청소년이었죠. 근데 면접 30분 앞두고 청량리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어요. 면접 볼 아이들이 패싸움에 휘말려 잡혀와 있다는 거였죠. 살짝 걱정됐습니다.”
류 씨는 면접을 거친 20명의 아이들과 매주 청량리중학교에서 연습을 했다. 초기에는 자괴감을 느꼈다고 한다.
“아이들을 보면서 휠체어를 탄 제가 초라하게 느껴졌죠. 한 아이에게 ‘너는 나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니’라고 물었어요. 아이는 웃으며 ‘아름다우시다고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너는 몸이 불편하면 어떻게 할 것 같니’라고 묻자 지체 없이 ‘상관없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예요’라더군요. 아이들은 편견이 없어요. 오히려 제가 배우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후부터 류 씨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충분히’ 들어주려 노력했다. 야구팀 소속 학생에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문제아’라고 보는 어른들의 시각 자체가 문제였다. 그러자 아이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아이들은 변한 것이 아니라 ‘본래의 모습’을 찾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땀 흘리고 대화를 나눴더니 아이들 마음을 덮던 것이 벗겨지고 원래의 밝은 마음이 나왔습니다. 입시 스트레스에 짓눌린 아이들, 불편한 몸과 싸워온 저…. 그라운드에서는 누구도 타인의 상처를 건들지 않았어요. 헛스윙하고, 땅볼을 놓치면서 상처가 자연스레 아물었습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