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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여당은 靑 거수기 노릇 탈피… 야당은 합리적 대안 제시하라

입력 | 2014-05-03 03:00:00

[국가 리더십 대전환기]




국회는 ‘민생 정치’란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실상 정쟁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말 따로, 행동 따로란 것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국회가 제대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DB

《 “국민의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당’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는 정당법 2조의 내용이다. 하지만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의 골은 여전하다. 156석의 거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하며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30석의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합리적 대안 제시 없이 ‘국정운영 발목’만 잡고 있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당리당략이 앞서다 보니 국회 고유의 입법부 기능은 빛이 바랜 상태다.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에 신경 써 달라고 주문하고 있는데 국회는 민생 정치 구호만 외칠 뿐 정쟁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정치권의 새로운 리더십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 새누리 7월 14일 전당대회 ▼

“靑여의도 출장소 수준 전락… 재난 닥쳐도 사고수습 제대로 못해
새로운 지도부 구성 계기 삼아… 정부 견제하면서 끌고 가야”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 수습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표명한 지난달 27일. 집권 여당 새누리당은 하루 종일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오전 정 총리의 기자회견 직후 새누리당은 곧바로 사표가 수리될 것으로 판단하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 모든 일이 발생한 데 대해서 새누리당은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선(先)수습, 후(後)문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지자 이날 오후에 부랴부랴 해당 문장을 통째로 들어냈다.

당 고위 관계자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의 사표 수리 시기가 불확실해지면서 ‘안타깝다’는 표현을 뺀 것”이라며 “청와대 분위기가 바뀌면서 논평이 애매하게 됐다”고 머쓱해했다.

이 장면은 청와대 눈치를 보는 ‘무기력한 여당’의 실태를 그대로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특히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새누리당은 좀처럼 사고 수습과 대책 마련을 주도하지 못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2년차에도 새누리당은 ‘청와대 오더 없이는 움직이지 못한다’는 비판이 떠나지 않는다. 집권 초기라는 특성상 당청 관계의 무게중심이 청와대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나치게 청와대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황우여 대표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하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국정운영의 공동책임자로서 당청 관계에서 독자적 목소리로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하면서 ‘수직적 당청 관계’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리형 대표로 선출된 황 대표의 숙명일 수도 있다.

친박(친박근혜) 실세인 최경환 원내대표도 기본적으로 청와대 기조를 바탕으로 야당과 협상하면서 갈등을 풀어내는 정치력을 좀처럼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원들도 몸을 사리며 청와대 눈치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한 핵심 당직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의원들의 생각은 국무총리를 포함한 전면 개각이었지만 청와대 심기를 살피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여당의 실추된 위상 회복을 위해서라도 7월 선출될 차기 당대표가 ‘존재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집권 여당의 당대표로서 국정운영의 책임의식을 갖고 정책과 비전을 통해 청와대를 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금 여당은 대통령이 지시를 하면 그대로 따르는 ‘청와대 여의도출장소’ 수준”이라며 “당대표는 청와대 지시를 받는 수직적 당청 관계를 바꾸기 위해선 ‘무기력한 존재’에서 ‘자기 존재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을 풀어 차기 집권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

김병준 국민대 교수도 “정책정당으로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정부를 견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진단한 뒤 “정책비전을 통해 정부를 끌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당 지도부는 정부와 청와대를 견제하고 쓴소리를 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대표는 5∼10년 앞을 내다보고 국민을 위한 미래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새정치연합 8일 새 원내대표 선출 ▼

“강경파에 휘둘려 우왕좌왕… 정쟁차원 비판은 국정 꼬이게 해
포용-중도-책임의 리더십으로… 국난 극복 힘 합치는 야당 기대”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다른 법안들과 연계시키는 게 아니었다.”

2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민생 관련 법안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법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처리를 기다리는 다른 법안 120여 건을 일괄 처리하기로 연계하면서 새정치연합의 행보는 엉키기 시작했다.

실제로 2월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가 뒤늦게 “위헌 소지가 크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해 문제를 만든 쪽은 새누리당이었다. 그러나 민생과 관련이 있는 단말기 유통법과 개인정보 유출 2차 피해방지법 등 방송법과 연계된 법안의 처리가 늦춰지면서 오히려 새정치연합에 비판이 쏟아졌다.

3월에도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전까지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를 요청했지만 새정치연합은 거부했다. 이 법안 역시 방송법과 연계된 미방위 해당 법안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일이 겹치면서 결국 야당은 정부 정책에 비토(veto·반대)만 한다는 이미지가 쌓이고 있다”고 한탄했다. ‘대안 없이 반대만 한다’는 야당의 무기력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내용 있는 비판보다는 단순한 정쟁 차원의 비판이 많다 보니 국정운영 파트너인 야당이 오히려 국정을 꼬이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자신들의 정책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야당이 정부 발목을 잡는다’는 여당의 프레임 탓이 크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일부 강경파 의원을 설득하지 못하는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자책도 나온다. 지난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댓글 사건 때도 강경파에 밀려 어쩔 수 없다는 모양새로 김한길 대표는 장외 노숙투쟁을 벌였다. 기초연금법안 처리를 놓고도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소속 의원 60%가 통과에 찬성한다고 했지만 강경파의 눈치를 보면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국론과 민심이 분열 조짐을 보이는 이런 때일수록 야당의 ‘통 큰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부를 도와줄 것은 도와주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합리적인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희민 서울대 교수는 이 시기에 정치권이 갖춰야 할 리더십을 포용, 중도, 책임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차기 집권을 준비해야 하는 야당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김 교수는 “국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정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이라며 “여야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국회가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세월호 이슈를 정치에 끼워 맞춰 또 1년을 허비하지 말고, 이 사고가 우리 사회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냈다는 것을 인정해 이를 고쳐나가는 법안을 만드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국민은 지금 싸우고 따지는 야당보다는 힘을 합치는 야당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세월호 참사를 지방선거에 이용하려 하거나 특정인을 공격하는 데 활용할 때가 아니라는 주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야당 내부의 계파를 넘어서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고성호 sungho@donga.com·최창봉 기자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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