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추돌 사고의 원인이 신호기 고장으로 밝혀졌다. 사고가 일어날 당시 상왕십리역 승강장의 진입 지점에 설치된 신호기 3개 가운데 2개가 오작동해 뒤 열차가 앞 열차를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지하철 2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신호기가 고장 난 사실조차 나흘 동안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수많은 시민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지하철을 타고 다녔던 셈이다.
신호기가 고장 난 시점은 지난달 29일이었다. 지하철 기관사들의 요구에 따라 을지로입구역에서 선로 전환과 연동된 장치의 데이터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신호에 오류가 발생했다. 이 구간을 지나는 지하철 2호선 전동차는 하루 550대로 나흘 동안 모두 2200대가 통과했다. 지하철 2호선은 서울지하철 9개 노선 가운데 가장 많은 250만 명이 매일 이용하고 있다. 상왕십리역은 하루 2만 명이 승차 및 하차를 하는 역이다. 서울메트로의 안전불감증이 대형 사고의 가능성을 더욱 키우다가 급기야 사고가 터졌다.
서울메트로의 종합관제실은 추돌 사고 2분 뒤에 승객의 신고를 받고서야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다. 즉시 내려야 할 운행 통제 조치도 13분이 지나서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나 현장에 도착했고, 서울시 재난상황실도 사고가 터진 지 3시간 뒤에야 꾸려졌다.
박 시장은 이번 사고 이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는 말에 그칠 일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가 터져 전국적으로 안전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 6·4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박 시장이 선거 준비에만 매달려 있느라 서울지하철의 안전에 구멍이 뚫리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서울 시민의 발을 박 시장에게 맡겨도 될지 모르겠다.